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책임경영’을 펼칠까?
이 회장은 단단한 그룹 지배력을 바탕으로 실질적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근 CJ그룹이 ‘비상경영’을 선포한 만큼 등기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7년 5월 경영에 복귀한 뒤에도 법적으로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이사에는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일반 집행임원과 달리 법인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보수를 공개하는 등 책임경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 회장은 2013년 8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수감되기 전까지 CJ와 CJ제일제당 대표이사를 맡으며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6곳의 등기이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그 뒤 차례대로 CJ그룹의 모든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전면에서 이끄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지금도 지주사인 CJ 등기임원에는 손 회장과
박근희 CJ 대표이사 부회장,
김홍기 CJ 대표이사 등과 사외이사 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손 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이 구속 수감된 뒤 외삼촌인 손 회장이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면에 나섰던 그 체제가 여전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회장이 2017년 경영복귀와 함께 지주사인 CJ 및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아 이사회 활동을 펼치기엔 무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CJ그룹의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까지 맡는 등 오너일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나설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손 회장의 CJ 대표이사 임기는 2021년 3월까지고 경총 회장 임기는 2020년 2월까지다.
경총 회장은 그동안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여씩 일하던 자리였던 데다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만큼 손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손 회장이 1939년 태어나 올해 만 80세 고령인 데다 경총 회장 맡아 경·재계 어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내년 3월에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로 등판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회장은 2017년 경영에 복귀한 뒤 CJ그룹의 인수합병 및 신사업 진출, 구조조정 등을 진두지휘하며 실질적 오너경영자로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CJ와 CJ제일제당, CJENM 등으로부터 160억1100만 원을 받아 그룹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그룹에서 이 회장의 권한과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CJ는 “역할책임의 크기, 회사 기여도, 승진 등을 고려해 기본연봉을 결정했다”며 “상여금은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과 회사의 핵심역량을 구축한 점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최근 CJ그룹이 가파른 외형 성장에 따른 진통을 없애기 위해 경영 효율화를 최대 목표로 내거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갖춘 만큼 오너인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는 데 제도적 걸림돌은 없다.
이 회장은 2심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배임 혐의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형법상 배임 혐의로 판단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면 일정기간 동안 취업제한 조항에 걸리지만 이 회장은 해당사항이 없다.
CJ 관계자는 “내년 주주총회 안건은 아직 논의될 시기가 아니다”며 “이 회장의 건강문제와 그룹 사정을 감안해 결정될 내용으로 현재 논의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