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묶어 ‘PF그룹’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부동산 투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투자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안전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사업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의 사업부문 조직개편을 놓고 부동산 투자사업부문에 힘을 실어주려는 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실시한 사업부문 조직개편에서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묶어 ‘PF그룹’을 새롭게 만들었다.
기존 IB(투자은행)부문은 기업공개본부, 채권발행본부, 인수합병본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본부, 대체투자본부 등 5개 본부체제였으나 이를 IB그룹과 PF그룹으로 나눠 승격했다.
IB사업부문 전체 대표를 따로 두지 않고 IB그룹과 PF그룹의 그룹장을 각각 임명해 담당 그룹을 총괄하도록 했다. PF그룹장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본부장인 김용식 전무가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본부를 이끌어온 김 전무가 이번 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것을 놓고 정 사장이 PF그룹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전무는 2018년 1월 상무로 승진했다.
정 사장이 새롭게 신설된 PF그룹을 중심으로 부동산사업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사장은 9월 한 채용 설명회에서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고점이라 해도 여전히 오르고 있다"며 "지레 겁먹고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하되 철저히 리스크를 관리하고 회수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영업방식이 우리의 마인드"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부동산사업과 관련된 규제기준에도 여유가 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규제방안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부동산과 관련된 채무보증을 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사업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파악한 뒤 보증을 통해 부동산 사업장에 자금을 조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채무보증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관련된 채무보증 규모가 자기자본의 68% 수준인 2조7천억 원 정도로 전해졌지만 11월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대상으로 77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을 더 늘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규제로 증권사들은 자본을 늘리거나 관련된 사업을 줄이는 등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한국투자증권은 규제기준까지 아직 여유가 있고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자본도 넉넉한 편이라 부동산과 관련된 투자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을 비롯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만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 등 수익성이 낮더라도 투자 안전성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사업이 더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 수는 5만396가구로 2017년 5월과 비교해 9000여 가구 늘었다. 준공됐지만 분양되지 못한 주택 수도 1만5808가구로 2017년 5월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를 비롯해 지방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도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성만 보고 부동산 사업장에 투자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 등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고 평가되는 좋은 사업장 위주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직개편이 이뤄졌지만 아직 이동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그룹이 신설된 만큼 내년에 구체적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