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하도급업체들에게 선박, 해양플랜트, 엔진 등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것으로 드러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위반행위를 한 한국조선해양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3항에 따라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국조선해양에 나머지 제재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던 2019년 6월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4만8529건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제조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내용 및 하도급대금 등 주요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시작된 뒤에 발급했다.
이 때문에 하도급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됐다고 공정위는 바라봤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2월 선박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사외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2016년 상반기에 일괄적으로 단가를 10% 낮춰줄 것을 요청했으며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가 조사한 결과 2016년 상반기 9만여 건에 이르는 현대중공업의 엔진 관련 발주내역에서 48개 하도급업체의 대금이 51억 원 인하된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 하도급업체들의 납품품목이 밸브, 엔진블록, 파이프, 판넬 등 제각각이며 원자재, 거래규모, 경영상황 등도 달라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할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봤다.
현대중공업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사내 하도급업체들에 1785건의 추가공사 작업을 위탁하고 작업이 진행된 뒤 하도급업체들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한 사실도 밝혀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예산부서는 합리적 근거없이 생산부서가 요청한 공수(작업일수)를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들과 협의하는 등의 절차도 없었다.
현대중공업 및 소속 직원들이 2018년 10월 진행된 공정위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조사대상 부서의 컴퓨터 101대 및 하드디스크 273를 교체하고 관련 자료들을 은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 법인에 과태료 1억 원, 소속 직원 2인에 과태료 2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는 관행적 불공정행위로 다수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를 엄중히 시정 조치한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