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각각 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조선업계가 2분기 4조7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지만 두 전문경영인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이다.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 운동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 효과를 나타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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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3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임원들이 7월30일부터 이날까지 자사주를 매입했다. 최길선 회장은 2천 주, 권오갑 사장은 1974주를 매입했다. 이들은 약 2억 원어치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그 밖에 가삼현 부사장이 1천 주, 박종봉 부사장과 주영걸 전무가 각각 500주, 조영철 전무가 400주를 매수했다. 이들 여섯 명이 취득한 주식 규모는 총 6억4천만 원어치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0일 임원인사를 실시한 뒤 임원들의 주식 보유 운동을 벌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2분기 4조7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조선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져있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처럼 조 단위 적자는 아니지만 171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또 사업본부 대표회의를 열고 위기극복과 책임경영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연간 누적손실 3조 원을 넘어서자 두 사람은 책임경영과 주가부양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해 11월19일 최 회장은 1719주, 권 사장은 1721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취득가액은 11만6천 원 수준으로 각각 2억 원 규모의 주식을 취득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자사주를 사들인 뒤 11월20일에서 2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랐지만 그 뒤 주가는 부침을 반복했다.
자사주 취득 두 달 뒤 올해 1월19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10만3500원으로 오히려 내려앉았다.
이번에도 자사주 매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3일 직전 거래일 대비 2.16% 하락한 9만4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7월30일 자사주 매입 사실을 밝힌 뒤 두 거래일 연속 주가가 떨어졌다.
증권 전문가들이 현대중공업을 보는 시각은 다른 조선사에 비해 비교적 긍정적이다. 지난해 손실을 대거 반영한 것이 오히려 조기에 실적반등을 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2분기 경영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기는 했으나 대규모 손실은 없었다”며 “적극적 손실 반영으로 조선 3사 중 실적 불투명성은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은 2분기 상대적으로 추가부실이 적었다”며 “수주와 실적, 재무 측면에서 모두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국내외 경쟁사 대비 안정적 재무구조와 높은 경쟁력으로 장기간 업계 구조조정에서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