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은 조 회장의 경영능력과 파생상품 손실사태 등을 피한 위험관리능력을 높이 평가해 만장일치로 연임을 결정했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를 3년 더 이끌게 되면서 윤 회장과 인연도 더 이어진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최근 3년 가까이 순이익, 금융 대장주 등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과 윤 회장은 두 금융지주가 벌이는 경쟁에서 전선의 최전방에 서있다.
조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첫 해인 2017년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가 9년 동안 지키고 있던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를 제쳤다. 올해는 3분기까지 1200억 원 격차로 신한금융지주가 앞서고 있다.
대장주 자리는 자리바뀜이 더 치열하다.
KB금융지주가 2017년 6월 7년 만에 시가총액 규모에서 신한금융지주를 앞섰고 다시 1년4개월 뒤인 2018년 10월 금융주 시가총액 1위를 신한금융지주에 내줬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격차는 한때 3조 원 가까이 벌어졌다가 최근 몇 달 사이 KB금융지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금융과 혁신기업 지원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닮은 듯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윤 회장이 업무에 집중하고 성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라면 조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직원들을 잘 챙기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조 회장은 법학을, 윤 회장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해 33년 만에 은행장까지 오른 정통 ‘신한맨’이라면 윤 회장은 외환은행과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2002년 KB국민은행에 영입됐다.
윤 회장이 1955년에 태어나 조 회장보다는 2살이 많다.
두 사람의 리딩 금융그룹 경쟁은 내년에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동안 멈춰있던 윤 회장의 인수합병 시계가 내년부터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몇 년 동안 생명보험사 매물을 찾고 있는데 조만간 매물로 나올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지주도 내년 초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비은행부문 강화에 속도를 낸다.
윤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와의 경쟁구도를 놓고 “재무적 혹은 수치적 1위에는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직원들이 스스로 1등 금융그룹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회장에 대해 “전략과 재무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KB금융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훌륭한 리더”라고 평가했다.
윤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앞으로 3년 이상 더 이어질 수도 있다. 조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윤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 여부에 따라 2023년 11월까지로 임기가 늘어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