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 간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그룹 임원들도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제 다툼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롯데그룹은 상당한 인사태풍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9월 베트남에서 열린 '롯데센터 하노이' 개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은 최근 롯데그룹 전현직 대표들을 불러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인 구단주 대행이 7월 15일 롯데호텔 34층에 롯데그룹의 전현직 대표 10여 명을 차례로 불러 신동주 체제 구축에 대한 협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34층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7월 15일은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 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사장에 대한 해임지시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신 이사장과 신 구단주 대행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 의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고 알리면서 새로운 체제에서 새 일을 할 기회가 있으니 협조하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당시 전직 대표이사 몇 명은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신영자 이사장이 중립이라고 밝혔다. 또 신동인 직무대행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 이사장과 신 구단주 직무대행이 중립이 아니라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중립이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뭐하러 그 이야기를 했겠냐”며 “이 사건의 주모자는 신영자 이사장”이라고 지목했다.
이 관계자는 “그 사람들이 다 조종하고 있고 신 이사장이 롯데호텔 34층을 점령해 온갖 소리를 양산하고 있다”며 “그 사람들의 목표는 롯데그룹에서 한 몫 떼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
|
▲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
이 관계자는 또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선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에 대해 “그 분은 신 총괄회장에게 한이 있는 사람”이라며 “롯데가 망가져도 제일 기분 좋은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한국롯데 임원 해임 지시안에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 등이 포함된 데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그런 내용을 흘려서 신동빈 회장의 힘을 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날의 롯데그룹을 만든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침도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실제로 실행하고 몸바쳐 한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신영자 이사장도 아닌 신동빈 회장"이라며 신 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롯데그룹에 신 총괄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원로그룹과 신동빈 회장 측근의 신진그룹이 고위 경영진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