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흔한 과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나나를 주식으로 먹지 않지만, 바나나는 밀 쌀 옥수수와 함께 전 세계인을 먹여 살리는 4대 농작물 중 하나다. 그런 바나나가 전염병으로 멸종될 위기에 처해있다. 바나나는 이미 1960년대에 멸종 위기를 극복한 적 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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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세 그라지아노 다 실바 세계식량농업기구 사무총장 | ||
유엔세계식량기구(FAO) 역시 지난 14일 “각국이 TR4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TR4는 치명적인 바나나 전염병으로 수천만 명의 바나나산업 종사자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TR4는 일종의 곰팡이균으로 농약이 듣지 않아 한 번 걸리면 금세 바나나 농장 전체를 죽게 만든다. 1989년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돼 대만에서 바나나의 70%를 고사시켰다. 전염병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호주로 퍼져나갔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지금은 전세계 바나나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남미로 확산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곰팡이균 때문에 바나나가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된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달고 맛있고 대량 재배가 가능한 바나나를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다. 원래 야생 바나나는 씨가 있다. 우리는 씨 없는 돌연변이 품종의 바나나를 식용으로 먹고 있다. 씨가 없기 때문에 유성생식이 불가능한 바나나는 꺾꽂이 방식으로 재배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먹는 모든 바나나는 유전자 다양성을 상실한 동일한 ‘쌍둥이’들이다. 이 때문에 한 가지 전염병이 바나나 전체에 위험을 미친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으로 전체 바나나 수확량 가운데 45%를 차지한다. 수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95%다.
캐번디시는 1950년대 영국의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씨 있는 바나나를 이용해서 만든 품종이다. 캐번디시는 당시 바나나 주종이었던 그로 미셸을 50년만에 멸종위기에 빠뜨린 파나마병에 대한 면역이 있었다.
그로 미셸은 맛과 향이 뛰어난 품종이었지만 1960년 파나마병으로 사실상 멸종했다. 파나마병에 면역이 있는 캐번디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캐번디시는 전세계에 확산돼 지금의 바나나산업을 일으켰다.
그러나 캐번디시 역시 전염병의 위협에 노출됐다. TR4는 파나마병의 변종이다. 캐번디시는 선배격인 그로 미셸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캐번디시를 발견한 것처럼 이번에 다시 TR4에 면역이 있는 새로운 품종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다.
전세계의 바나나 생산량은 1억500만 톤이고 바나나산업의 규모는 89억 달러다. 전염병에 면역력이 있고 맛도 기존 바나나처럼 우수한 품종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이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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