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곤 강원랜드 사장이 슬롯머신 제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슬롯머신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인 점을 염두에 뒀다.
29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문 사장은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시효가 끝난 뒤에도 강원랜드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동력으로서 슬롯머신 제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폐광지역 특별법은 강원랜드만 국내에서 내국인 대상 카지노를 유일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별법의 시효는 2025년 12월31일에 끝난다.
강원랜드가 2026년부터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하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새만금지역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의 새만금사업 특별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되기도 했다.
강원랜드도 수익원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과 테마파크사업에서 쓴잔을 연이어 마셨고 복합리조트사업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강원랜드 중장기 재무계획을 살펴보면 강원랜드는 2019~2023년에 카지노를 제외한 사업부문에서 신규사업 투자와 초기 비용 등을 감안해서 전체 영업손실 5640억 원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문 사장은 강원랜드의 자체개발 슬롯머신 ‘KL사베리’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슬롯머신사업은 수출로 외화를 얻을 수 있고 국내에 팔아도 외화유출 방지 등의 효과가 크다”며 “강원랜드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2년까지 슬롯머신 연간 판매량을 1천 대로 끌어올려 세계시장 점유율 2%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슬롯머신 기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자체적으로 개발할 방침도 세웠다.
글로벌 슬롯머신시장은 연간 매출 추정치만 5조~6조 원대에 이른다. 일본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를 통해 카지노리조트와 슬롯머신 제조업을 함께 하는 등의 사례도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신흥국들이 카지노 건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시장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다.
강원랜드는 3분기 기준으로 KL사베리 매출 1억4800만 원을 거뒀다. 7월 대구 골든크라운카지노에 6대를 납품했고 9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도 13대를 파는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카지노박람회에 연이어 참가하면서 수출판로도 뚫고 있다. 4월 동남아 최대 슬롯머신 공급사 RGB와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필리핀 카지노에 KL사베리 8대도 시범운영하고 있다.
문 사장은 슬롯머신 제조를 통해 태백 지역경제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카지노 영업장이 있는 태백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자주 들었다. 협력사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강원랜드와 태백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 사장은 26일 태백시와 체결한 ‘태백 지역현안사업 추진 업무협약’에 2020년에 슬롯머신 제조공장을 태백에 세우는 내용을 담았다.
슬롯머신 수출량이 늘어나면 제조공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주변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반영됐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강원랜드가 글로벌 슬롯머신시장에 비교적 후발주자로 진입했지만 카지노를 직접 운영한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라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살려 관련 사업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