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오너3세들의 경영수업을 본격화했다.
연말인사에서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 구동휘 LS 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 전무,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사업전략부문장 상무 등이 일제히 승진하며 주요 보직에 전진배치됐다.
▲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 내정자. |
27일 재계에 따르면 LS그룹의 연말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오너3세그룹에서 가장 먼저 대표이사를 맡은 구본혁 부사장과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구동휘 전무다.
구본혁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곳은 예스코, 예스코컨설팅, 한성 등을 이끄는 지주회사인 예스코홀딩스다.
예스코홀딩스는 LS그룹을 총괄하는 지주회사인 LS와 비교하면 매출규모가 10분의 1수준에 그친다.
LS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1101억 원, 영업이익 5090억 원을 냈으며 예스코홀딩스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953억 원, 영업이익 252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예스코홀딩스를 통해 '미니 LS그룹'을 경영하면서 그룹 경영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래의 LS그룹을 이끌 리더를 키우기 위한 장기적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스코홀딩스는 LS그룹 2세 경영인인 구자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이끌어왔다.
LS그룹 관계자도 “이번에 구본혁 부사장이 오너 3세 가운데 처음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금까지 LS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오너3세 가운데 직급이 가장 높았다. 연말인사 전까지 오너 3세 가운데 유일한 부사장이었다. 그만큼 LS그룹 안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 구본규 LS엠트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부사장이 2명으로 늘었지만 그 전까지 오너 3세 4명의 직급은 부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으로 모두 달랐다.
구 대표는 오너 3세 가운데 나이도 가장 많다. 구 대표는 1977년 태어나 올해 43살이다.
구본규 부사장은 1979년, 구동휘 전무는 1982년, 구본권 상무는 1984년 각각 태어났다. 현재 LS그룹 밖에서 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구본웅 포메이션 그룹 대표이사는 1979년 출생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 구동휘 LS 밸류매니지먼트부문장도 눈길을 끈다. 오너 3세 가운데 지주회사 LS의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 전무는 8월 모두 6차례에 걸쳐 LS의 주식 2만9919주를 사들여 LS 지분율을 5월 기준 2.11%에서 11월 기준 2.21%까지 끌어올렸다.
구 전무의 아버지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들고 있는 LS의 지분 2.5%를 넘겨받는다면 구 전무는 LS그룹 오너가 가운데 가장 많은 4%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27일 기준 LS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LS그룹 차기 총수를 맡을 것이 유력한 구자은 회장으로 현재 3.98%를 들고 있다.
물론 LS그룹을 만든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형제가 맏아들에게 돌아가며 그룹경영을 맡겼던 만큼 오너3세 가운데 구태회 전 LS전선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그룹 밖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구본웅 대표가 LS그룹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구본웅 대표는 가장 처음 오너2세 가운데 LS그룹을 이끌었던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자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다.
하지만 구본웅 대표가 올해 들어 스무 차례 이상에 걸쳐 LS 주식을 팔아 LS의 지분율을 5월 기준 0.54%에서 11월 기준 0.11%까지 줄인 만큼 LS그룹 경영에서 좀더 멀어졌다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LS그룹이 잡음 없이 사촌경영을 해왔다는 점에서 오너3세들의 전진배치가 경영능력 확인을 위한 경쟁구도를 짠 것으로 보기는 무리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3세경영은 2세경영과는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세 경영에서는 10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 돌아가면서 그룹 회장을 맡을 수 있었지만 오너3세들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경영능력을 따져 순위를 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구본혁 부사장과 구동휘 전무의 나이 차이는 5살에 불과하다.
다음 LS그룹 총수로 사실상 내정된 구자은 회장이 2023년부터 임기를 시작하고 관례대로라면 10년 동안 그룹을 이끌게 되는 만큼 이번 인사를 두고 '3세총수'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LS그룹은 그동안 형제들이 순서대로 10년씩 경영권을 맡아 이끌어왔다. 현재는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LS그룹을 끌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LS그룹을 이끌 오너3세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