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의 최고 관심사는 광복절 특별사면이다.
박근혜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경제인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사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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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원 LIG그룹 회장. |
이들 외에도 사면을 학수고대하는 기업인은 또 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그 아들들인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이다.
LIG그룹은 최근 LIG손해보험을 매각하고 LIG넥스원 상장을 추진하는 등 지각변동을 겪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책임경영이 필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
LIG그룹이 구 회장 일가 사면을 기다리는 이유다.
◆ LIG손해보험 매각한 구자원 일가, 사면 가능할까
LIG그룹은 최근 구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LIG손해보험 지분 19.47%를 K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로써 LIG손해보험은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고 LIG그룹의 품을 떠나 KB금융지주 자회사가 됐다.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LIG그룹을 계열분리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꿈꿨다. LIG손해보험은 LIG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회사였다.
구 회장은 LIG손해보험에 대해 “내 열정을 모두 바쳤던, 내 인생과도 같은 회사”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그런데도 구 회장 일가가 LIG손해보험을 매각해야 했던 이유는 기업어음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2010년 LIG건설이 자금난에 처하자 2000억 원이 넘는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하지만 LIG건설이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어음은 부도가 났고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검찰은 2012년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기업어음 발행을 주도한 구 회장과 두 아들을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구 회장 일가는 사재를 동원해 피해보상에 나섰으나 법적처벌을 면할 수 없었다.
구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고 구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4년형을 받았다.
구 부사장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구 회장은 고령과 건강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구 부회장의 경우 이미 800일 넘게 수감돼 있다. 구 부회장은 형기의 70% 가량을 살아 일반적인 가석방 요건을 거의 충족했다.
LIG그룹 오너 일가가 피해보상을 위한 LIG손해보험 지분매각도 완료한 만큼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구 부회장과 구 부사장도 사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구 회장 일가 사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KB손해보험 노조는 28일까지 조합원들로부터 특별사면 반대탄원서를 받아 제출하기로 했다.
노조는 “경영권 사수라는 사익을 위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경제질서를 파괴한 중범죄자인 LIG그룹 구자원 회장과 그 일가에 대한 사면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LIG손보 등 그룹 직원들은 구자원 일가의 기업어음 사기발행으로 어려워진 기업환경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이들은 LIG손보 매각으로 금전적 이익을 받았지만 LIG손보나 계열사 직원에게 어떠한 피해보상도 없었다”며 비판했다.
◆ 상장 앞둔 LIG넥스원, LIG그룹 견인할까
LIG그룹은 연매출 12조 원대 대기업집단이었으나 LIG손해보험 매각으로 연매출 1조7천억 원 수준의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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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
지주회사 LIG를 비롯해 디스플레이·반도체장비 제조회사인 LIG인베니아, IT서비스회사인 LIG시스템 등의 계열사가 있으나 실질적 주력회사는 LIG넥스원이다.
LIG넥스원은 1976년 설립된 금성정밀공업이 모태로 LG정밀 넥스원퓨처를 거쳐 2007년 현재 이름으로 변경됐다.
LIG넥스원은 미사일과 어뢰 등 정밀유도무기를 생산하는 방산전문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1조4천억 원을 올렸다.
최근 삼성그룹 방산계열사를 인수한 한화와 한국항공우주산업에 이어 국내 방산업계 3위다.
LIG넥스원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해 세계적 방산기업으로 성장하는 디딤돌을 놓으려 한다.
이효구 LIG넥스원 부회장은 “상장으로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신용을 높여 해외시장 확대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연구개발과 장비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22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을 합한 공모규모는 약 5천억 원으로 추산되며 하반기 내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IG넥스원은 순수 방산기업으로 첫 상장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LIG넥스원 상장 뒤 시가총액을 1조5천억 원수준으로 예상한다.
LIG그룹은 LIG넥스원이 상장 이후 방산전문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오너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해외고객과 신뢰가 중요한 방산기업인만큼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사업을 하다보면 ‘사장보다 오너를 직접 보고 이야기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오너 비중과 역할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