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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석 CJ대한통운 부회장. |
국내 물류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롯데그룹에 이어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전통의 유통강자들이 연이어 물류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농협과 쿠팡도 택배시장을 노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시장의 절대강자다. CJ대한통운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2위인 현대로지스틱스의 2배가 넘는다.
유통회사들이 직접 물류시장에 진출하면서 CJ대한통운의 물량을 잠식할 경우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물류시장의 주도권을 유통기업에 넘겨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대한통운 국내에서 절대적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물류회사를 꿈꾸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매출 25조 원, 글로벌 톱5 물류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해외진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물류회사 인수합병 경쟁에서 일본 물류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 유통회사 연이어 물류회사 인수 나서
2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부익스프레스 예비입찰에 10여 곳이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을 통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이들은 물류회사 인수를 통해 막대한 물류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홈쇼핑, 식자재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물류회사는 없다. 이 때문에 연간 물류비로 1천억 원에 이르는 돈을 쓰고 있다.
신세계그룹 역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울렛을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물류회사를 보유할 경우 그동안 CJ대한통운이 전담했던 물량을 고스란히 빼앗기게 된다.
전체 택배물량에서 TV홈쇼핑과 온라인 백화점, 쇼핑몰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해 사실상 물류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롯데쇼핑은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와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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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 가산택배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터미널 내에 가득 쌓인 물품을 나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 농협과 쿠팡도 택배시장 진출 움직임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농협은 애초 올해 1분기 안에 택배사업 진출 개요와 실행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움직임이 없다.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려면 기존 택배회사를 인수해야 하는데 마땅히 매입할 대상이 없다. 업계의 강한 반발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농협이 택배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농협은 중소기업 상품과 농수산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공영홈쇼핑 개국에 맞춰 택배사업에 진출하려 했다. 하지만 농협이 아직 택배사업에 진출하지 않으면서 CJ대한통운이 공영홈쇼핑 택배사로 선정됐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50%, 농협이 45%, 수협이 5% 지분을 공동출자했다.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할 경우 CJ대한통운이 다시 물량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쿠팡도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쿠팡을 경영하는 포워드벤처스는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 원을 투자받았다.
쿠팡은 이 자금을 기반으로 수도권 일대에 대형 물류센터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2016년 완공 예정인 인천물류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16개 물류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전문배송직원인 쿠팡맨 800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쿠팡이 로젠택배 등 잠재적 매물을 인수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CJGLS와 합병했다. 한동안 합병 후유증을 겪었으나 올해 들어 합병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합병 이후 꾸준히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올해 점유율 40%를 넘길 기세다.
그러나 유통회사와 농협, 쿠팡까지 CJ대한통운의 물량을 가져갈 경우 CJ대한통운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한통운이 이번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덩치를 키워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CJ대한통운의 성과나지 않는 해외진출
CJ대한통운은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해외 물류회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려 한다. CJ대한통운은 국내에서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크게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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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은 지난달 3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와 중소기업 해외물류지원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
CJ대한통운은 2013년 중국의 물류회사 스마트카고를 인수했다.
중국 택배시장의 규모는 2020년 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전자상거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어 성장세가 매우 강하다.
CJ대한통운은 해외진출을 위해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해외통 양승석 부회장도 영입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싱가포르의 물류회사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 2013년 5조 원 규모의 미국 물류회사 UTI월드와이드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엔저 등에 업은 일본 물류회사도 위협적
일본의 물류회사들은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며 CJ대한통운을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CJ대한통운이 글로벌 물류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일본의 물류회사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의 물류회사들은 엔화 약세와 저금리에 힘입어 자금동원력도 한층 강해졌다.
지난 2월에도 일본의 긴테츠월드익스프레스(KWE)가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CJ대한통운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회사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2억 달러를 인수가격으로 제시했다.
일본 물류회사들의 공격적 인수합병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물류회사 일본통운은 최근 10년 동안 11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5곳이 해외업체다.
일본 물류회사들도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내수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직접 현지에 진출하는 방식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인수합병으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