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자회사 HDC아이콘트롤스가 아시아나IDT와 합병해 정체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까?
19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계열사 HDC아이콘트롤스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아시아나IDT를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HDC아이콘트롤스와 아시아나IDT는 각각 HDC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만큼 아시아나IDT가 HDC그룹에 편입되면 시스템통합부문이 HDC아이콘트롤스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IT(정보통신기술), 기계설비 설치(M&E) 등 4개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홈과 스마트빌딩 비중을 꾸준히 높이는 등 IT시스템 영역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기계설비 설치 비중이 35% 안팎으로 가장 높다.
아시아나IDT는 연간 매출 2500억 원 안팎으로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항공·운수 IT시스템 구축에서 거두고 있다. HDC아이콘트롤스가 아시아나IDT를 인수합병하면 항공시스템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IT시스템 전문업체로서 입지도 키울 수 있다.
사업영역 확장은 HDC아이콘트롤스 실적 반등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회사 매출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2640억 원, 2720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 들어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HDC아이콘트롤스는 1~3분기 매출 1690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을 거뒀다. 2018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24% 감소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HDC아이콘트롤스는 아시아나IDT와 합병을 통해 항공IT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는 성장성과 수익성이 정체된 HDC아이콘트롤스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 흐름 역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HDC아이콘트롤스 주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12일 1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8일부터 조금씩 상승하다가 12일에는 무려 전날보다 30% 가까이 주가가 급등했다.
HDC아이콘트롤스의 아시아나IDT 인수합병 시나리오는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IDT의 최대주주는 지분 76.2%를 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지주사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에어부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진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HDC)의 손자회사(아시아나항공)는 증손회사(아시아나IDT 등)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지주사 HDC의 자회사인 HDC아이콘트롤스가 아시아나IDT 지분을 사들인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아시아나IDT 지분을 매입하려면 19일 종가 기준으로 1900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아이콘트롤스는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 700억 원을 포함해 HDC,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모두 1300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어 자금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HDC아이콘트롤스는 HDC 지분 1.8%,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3.4%, HDC영창 지분 6.4%, 부동산114 지분 25%, HDC민간임대주택제1호부동산위탁투자회사 지분 3.8%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6개월~1년6개월 안에 이 지분들을 처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와 자회사는 상호출자를 할 수 없고 지주사의 자회사가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HDC아이콘트롤스가 향후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 등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는데 아시아나IDT 지분 매입도 선택지로 충분하다.
HDC아이콘트롤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HDC그룹 자체의 덩치가 커지는 만큼 HDC아이콘트롤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