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의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 재등장하면서 롯데건설과 컨소시엄(공동도급)을 구성할 지에 건설업계 시선이 몰린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유찰 뒤 진행하는 재입찰 절차에서도 컨소시엄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
건설사 사이 컨소시엄 가능성이 닫히지 않은 셈이다.
첫 번째 입찰에서 한번 물러났던 GS건설이 다시 나타난 것을 놓고 컨소시엄 구성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시공사 선정절차가 향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은 이미 한번 유찰됐기 때문에 이번 두 번째 입찰도 유찰되면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시공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퉜던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컨소시엄으로 방향을 바꾼 사례도 있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에 합의함에 따라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으면서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은 현재 2번 연속으로 입찰이 유찰된 상황이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보니 GS건설도 경쟁상대인 롯데건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이와 관련해 두 회사 모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재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입찰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항은 입찰제안서 마감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GS건설과 컨소시엄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다만 단독입찰 여부는 사업부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애초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3개 건설사가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GS건설이 10월11일 입찰 제안서 마감 직전에 발을 빼면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갈현1구역 재개발조합 대의원회는 10월26일 이주비 제안과 도면 누락 등을 문제 삼아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와 입찰보증금 몰수, 입찰 참가 제한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입찰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게 됐다.
GS건설이 1차 입찰 당시 갈현1구역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놓고 ‘재개발 최대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남3구역은 GS건설이 3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달릴 만큼 공을 들인 곳인데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이 단독입찰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며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처럼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을 이루는 것이 단독입찰과 비교해 위험부담을 줄이고 출혈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에는 현재 ‘GS건설과 롯데건설의 컨소시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까지 걸려있는 등 컨소시엄에 부정적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13일 열린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설명회에 현대엔지니어링이 깜짝 등장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것을 놓고 모회사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와 관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이를 부인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후발주자인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에 임할 것”이라며 “향후 전개될 수주전에서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현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에 아파트 32개동, 4116세대, 근린생활시설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만 9천억 원이 넘는 '대어급' 사업으로 꼽힌다.
입찰보증금은 1천억 원으로 GS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3개 건설사는 13일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면서 1천억 원 가운데 5억 원을 현금으로 납부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입찰제안서 제출이 마감되는 2020년 1월9일까지 나머지 현금 595억 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 원을 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