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을 질책하고 혁신을 당부했다.
사건 심리를 맡은 재판부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대기업 오너에게 재판과 다소 무관해 보이는 의견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다”며 “이러한 위법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로 규정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효과적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삼성그룹 내부에 그런 제도가 작동했다면 이런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과 재벌총수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국내외에서 엄중한 도전을 받는 시기에 총수로서 이 부회장이 재벌체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가는데 기여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총수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밝힌 ‘삼성 신경영’ 선언을 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삼성 승계작업이 존재했다는 증거자료를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다며 향후 공판절차에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유무죄 판단을 다투지 않고 양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방어권 행사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관련 기록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기록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11월22일 2차 공판에서 유무죄 판단 심리를 하고 12월6일 3차 공판에서 양형 관련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