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잡을까?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공동도급)으로 입찰에 참여해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나온다.
▲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
24일 고척제4주택 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29일 사업자 재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고 12월16일 입찰을 마감하는데 사업 참여를 원하는 건설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은 6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했으나 당시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사이에 공정성 시비가 일었고 조합은 이에 다시 처음부터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합은 최근 낸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에서도 ‘업체간 공동도급 가능’ 문구를 3월 1차 입찰공고 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 한남3구역과 갈현1구역, 광주 풍향구역 등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주요 도시정비조합이 건설사의 단독입찰 확약서를 받거나 입찰공고 때부터 ‘공동도급 불가’를 명시한 것과 다른 흐름이다.
현재도 대우건설이 조합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상대로 시공사 지위 확인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이례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조합 모두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구성은 최적의 카드일 수 있다.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은 6월 시공사 선정 총회 때 대우건설이 1표 차이로 과반을 넘지 못했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곳으로 현재도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쉽사리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이 다시 진행될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에게 밀리면 사업장을 잃는 것은 물론 주택시장에서 위상 하락도 불가피하다.
대우건설은 6월 시공사 선정 때는 KDB산업은행의 기업매각 이슈가 걸려 있어 국내 주택사업 경쟁력 강화, 신규수주와 수주잔고 확대 등의 측면에서 단독수주가 절실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매각이 2년 쯤 뒤로 늦춰지고 해외 LNG액화플랜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쟁력을 크게 높인 만큼 고척4구역에서 안정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애초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조합의 결정에 가처분신청을 통해 제동을 걸며 상황을 현재까지 끌고 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을 진행한다면 잃는 것 없이 수주전을 마무리할 수 있는 셈이다.
조합에게는 대우건설이 8월 낸 시공사 지위 확인 청구소송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가 인정받는 만큼 다시 시공사 선정 과정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는 법원의 판결이 언제 나올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다시 진행한 입찰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이후 법원 판결이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준다면 상황이 꼬이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소송을 놓고 합의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합으로서는 소송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5층 10개동 983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로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1877억 원에 이른다.
사업비가 큰 사업장은 아니지만 10대 건설사인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전 과정에서 비방전을 마다하지 않는 등 이례적으로 강하게 맞붙으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건설업계에서는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이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 강화가 절실한 대우건설과 브랜드 리뉴얼 뒤 첫 도시정비 수주전에 나선 현대엔지니어링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바라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컨소시엄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며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 역시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해 아직은 검토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