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인도와 한국 등에서 수주한 배터리 물량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중국 현지 배터리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퇴출될 수 있어 이들이 맡았던 물량 가운데 일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이나오토모티브뉴스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6월25일 배터리 보조금 축소에 나선 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3분기 순이익은 2018년 3분기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CATL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배터리업체 BYD도 올해 8월 배터리 판매량이 398.2MWh를 보여 시장 점유율이 2018년 13%에서 2019년 5.6%로 쪼그라 들었다.
중국의 1,2위 배터리 생산업체의 실적이 급락한 만큼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다른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은 올해 완공되는 중국 빈장 제2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4996억 원을 추가 투자해 생산설비를 증설함으로써 중국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주영업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 완성차업체와 추진하는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도 LG화학의 중국시장 재진출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올해 6월 중국 완성차업체인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은 2021년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10GWh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LG화학이 중국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LG화학이 배터리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데다 고객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22일 열린 차세대 배터리 핵심기술 및 미래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중국 배터리업체 실적이 반토막이 나는 등 한국 업체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마진이 줄어들면서 기술력을 갖춘 소수 업체들만이 적자생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정책이 완전히 사라지는 2021년부터는 한국 배터리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전기차 완성업체인 테슬라도 LG화학의 중국 시장 재진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블룸버그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약 35GWh 규모의 전기차 모델3를 생산하며 여기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처를 다수로 확보할 가능성도 크지만 북미시장의 자동차 리콜비율이 88%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전기차 완성차업체는 가격대가 다소 높더라도 기술력 위주로 수주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테슬라 중국 공장의 납품을 통해 연간 2조2천억 원의 매출액과 1120억 원의 영업이익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테슬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완성차업체와의 교섭력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중국시장은 여전히 불안정성이 혼재하고 있어 LG화학이 재진출을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없앤다고 해도 번호판으로 규제하는 등 다른 규제를 시작할 수 있어 변수가 큰 시장”이라며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도 16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19’에서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전기차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것은 (시장 자체가 줄어들어) 위기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