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16일 전원회의 결과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 심사는 유보로 결정이 났다"며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 보자는 취지며 다른 유사 기업결합건(SK텔레콤과 티브로드 기업결합)도 예정돼 있으니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방향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유보결정과 관련해 "유보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추가적으로 자료를 요구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기업결합심사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부처이지만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가 담당하고 있어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에 내건 조건이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유료방송시장 재편의 모습이 달라지게 된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형태로 두 건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유료방송시장은 KT의 독주체제가 무너지고 이동통신3사를 주축으로 한 3강체제로 재편된다.
2018년 말 기준 KT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1.0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11.93%)와 CJ헬로(12.61%)가 합쳐지면 KT에 6.53%포인트 뒤진 2위로 올라서고 SK브로드밴드(14.32%)와 티브로드(9.60%)도 결합 후 23.92%로 그 뒤를 바짝 쫓게 된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이 조건부 승인 보고서를 받는 등 전원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도 기업결합 승인에 힘이 실리며 시장 재편의 가닥이 보이는 듯 했다.
공정위는 3년 만에 9월10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에 이어 10월1일 SK텔레콤과 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이 가운데 교차판매금지와 관련한 조건이 중요 쟁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교차판매 금지에 관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의에 "교차판매 금지건과 관련해 참고인의 진술이 있었다"며 "심의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경우 지분 인수와 합병이라는 형식상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공정위는 지분 50%에 1주를 더하는 인수방식을 택한 LG유플러스와 CJ헬로 기업결합에 관해서 CJ헬로 유통망에서 LG유플러스의 상품을 교차판매하지 않는 조건을 부과하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기업결합건에서는 합병인 만큼 양측 모두 각자 상품만 파는 교차판매 금지조건을 내걸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 재편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건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건은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국회에서는 공정위가 기업결합 조건에 교차판매 금지를 내걸면 외형만 기업결합일뿐 실질적 시장 재편의 효과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말도 안 되는 교차판매 금지 단서가 붙은 승인이 나면 결합 승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며 "기업결합의 목적이 교차판매를 하려는 것일 텐데 금지조건으로 승인하면 말이 안 된다. 조건을 떼서 말이 안 되면 승인하지 않는 등 간명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리점에서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기존 유료방송을 모두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과 교차판매 금지가 대리점의 영업의 자유,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통한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하고 과기정통부는 심사결과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익성 심사 결과를 검토해 기업결합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