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철도노조의 11월 총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16일 철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손 사장이 한국철도와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 통합을 비롯한 주요 쟁점의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철도노조는 한국철도와 SR 통합 외에 임금 4% 인상을 통한 총인건비 증액, 생명안전인력의 정규직화, 4조2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철도는 철도노조에서 요구하는 사안 대다수가 정부에서 먼저 결정해야 하는 만큼 해법을 단독으로 마련하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철도노조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노조-정부 협의’를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한국철도와 철도노조의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노조에서 요구하는 사안들을 진행하려면 회사 차원에서 건의돼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러려면 노사가 먼저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태도를 고려하면 철도노조가 11월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철도노조는 11~14일 1차 파업 당시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11월에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손 사장은 “11월 총파업으로 더욱 큰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노사협의를 통해 대화하겠다”고 말했지만 노사협의의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철도와 철도노조는 15일부터 실무진 협상을 다시 진행하고 있지만 양쪽의 의견 차이가 상당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국철도와 SR 통합은 국토부의 결정이 특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국토부에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도와 SR의 통합은 국토부에서 권한을 사실상 쥐고 있다. 국토부가 2018년 6월 철도통합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두 회사를 합치는 데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8년 말 KTX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철도통합 연구용역을 중단한 뒤 2019년 10월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한국철도와 SR의 통합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요구했지만 현재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국토부 철도정책국 관계자는 “철도통합 연구용역의 재개 시점을 논의하는 중이지만 지금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임금인상도 절충안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철도가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4% 올리면 기재부에서 규정한 2019년 공공기관의 총인건비 증액 가이드라인인 인상률 1.8%를 넘어서게 된다.
손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의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400여 곳에 공통 적용되는데 공기업마다 가이드라인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기 부담된다”고 말했다.
4조2교대 근무에 따른 안전인력 충원과 관련해 철도노조는 4천 명을 바라는 반면 한국철도는 외주용역을 근거로 1800명을 제시하고 있다.
생명안전인력 정규직화도 철도노조는 즉시 이행을 요구하지만 한국철도는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생명안전업무를 어느 범위까지 규정할지도 의견일치가 쉽지 않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안전인력 충원 등은 한국철도 노사가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손 사장은 인건비 증가가 회사 실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사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