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화물 관련 사고는 대규모 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에너지물류를 육성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일 울산시청에 따르면 송철호 시장은 9월28일 발생한 울산항 폭발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안전대책 수립을 강구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원인 파악과 함께 예방대책을 철저히 마련할 것”이라며 “화재 진압장비를 확충하는 등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9월28일 오전 10시 울산시 동구 울산항 염포부두에서 석유제품운반선이 폭발했다. 불길은 곧 옆 선박까지 옮겨붙었다.
화재는 9월29일 오전 5시가 돼서야 완전히 진압됐다. 그동안 선원과 소방관 등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울산시가 액체화물을 주로 다루면서도 관련 사고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오점을 남겼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 해경은 화재 발생 당시 보유한 소방함정을 모두 투입했다. 하지만 살수 능력이 부족해 화재 진압이 지연되면서 4시간가량 거리인 부산시에서 소방함정을 더 지원받아야 했다.
송 시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울산시 에너지물류 육성책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화재 등 액체화물 관련 사고에 만반의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송 시장은 화재 진압 다음날인 9월30일 시청 월간업무보고회의에서 “이번 화재사고에서 해경 소방함정에 따른 진화방법이 큰 효과를 냈지만 부산소방함정이 오는 동안 자칫하면 다른 폭발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다”며 “석유운반선 화재사고 관련 진압장비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항은 2018년 기준 물동량 2억300만t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액체화물은 1억6651만t으로 전체 물동량의 82%에 이른다. 2018년 전국 액체화물 물동량 가운데 30%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송 시장은 이런 액체화물 인프라를 기반으로 울산항을 동북아시아 에너지물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해양수산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울산시 남구 신항 일대를 ‘동북아시아 오일·가스 지구’로 지정하고 2026년까지 1조9235억 원을 투입해 2400만 배럴 규모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 저장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동북아시아 오일·가스 지구를 울산 경제자유구역 신청 지역에 포함해 에너지물류 관련 산업을 유치 및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이런 대규모 액체화물 지구에서 만약 화재가 발생하면 이번 석유제품 운반선 폭발사고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규모의 피해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액체화물은 대부분 인화성 물질로 구성되는 특성상 화재 진압이 어렵다. 유독가스 등 유해물질에 따른 피해도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
▲ 송철호 울산시장(오른쪽)이 9월29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울산항 염포부두의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울산시>
해외에서도 액체화물 저장시설과 관련한 대형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환경부가 펴낸 ‘국외 저장탱크 화학사고 사례연구집’에 따르면 2005년 12월 영국 헤멜햄프스테드시의 원유 저장 터미널에서 원유탱크 1기가 폭발했다. 화재는 인근 탱크 22기로 번졌고 이후 4일 동안 이어졌다. 43명이 다쳤고 피해규모는 15억 달러에 이르렀다.
2009년 10월 인도 자이푸르시에서는 대규모 원유탱크에서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했고 150명이 다쳤다. 재산 손실규모는 6500만 달러로 추정됐다. 당시 화재는 11일 동안 지속했다. 화재 발생지역 반경 5km 이내 주민 50만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울산시는 9월28일 폭발사고 후속조치에 힘쓰고 안전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면서도 이번 사고 때문에 시의 에너지물류 육성책 자체를 멈출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중요한 국가사업을 멈출 수는 없다"며 "빈틈없는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진화장비와 시스템도 철저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