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워홈의 오너의 막내딸인 구지은 부사장이 보직에서 해임되면서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구 부사장은 아워홈에서 11년 동안 내부 임원진과 깊은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번 보직해임도 그런 갈등의 연장선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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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
7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사장은 6일 페이스북에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은 7년은 앞서 있었을 것이다. 또 다시 12년 퇴보했으며 경쟁사와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 11년 만에 안식년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구 부사장은 2일에도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이라며 “변화를 거부하는 행동은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 일 안하고 하루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다”고 적었다.
구 부사장은 지난 2일자로 구매식자사업본부장에서 물러나 회장실에서 근무하게 됐다. 구 부사장이 앞으로 어떤 보직을 맡을 지에 대해 아워홈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구 부사장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로 오너 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아워홈 경영에 관여해 왔다. LG가문의 딸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실력과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 부사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한 뒤로 외식사업을 주로 진두지휘해 왔다. 2010년 전무로 승진하고 지난 2월 부사장이 됐다.
구 부사장은 그동안 아워홈이 주력해 온 급식사업 이외에도 가정간편식사업과 외식사업 등 다양한 식품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왔다.
급식사업은 범LG가의 도움을 받아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매출이 늘어났지만 구 부사장이 추진하려 했던 외식사업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어려운 시장이었다.
구 부사장은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외식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을 맡았던 김태준 전 대표, 이승우 전 대표와 충돌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전 대표는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퇴임했다. 이에 앞서 이 전 대표도 임기를 2년 남겨놓고 회사를 떠났다.
구 부사장과 전문경영인의 충돌이 빚어진 데는 아워홈의 경영실적이 수년 동안 늘지 않은 데 대한 구 부사장의 조급함도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 부사장이 아워홈의 경영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밀어 붙이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들과 마찰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아워홈 매출은 지난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2727억 원, 영업이익 504억 원을 올렸다. 이는 2011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크게 차이나지 않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정부가 2010년 학급급식 직영을 의무화하고 대기업 급식업체 입찰을 제한하면서 아워홈의 주력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아워홈은 지난해 삼성웰스토리에 단체급식 시장점유율 1위를 내줬다.
이에 따라 구 부사장은 외식사업 등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려고 했으나 전문경영인들은 구 부사장이 너무 무리하게 일을 몰아붙인다며 반발해 갈등이 깊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