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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에게 현대차의 대규모 자율주행 투자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09-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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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에게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자율주행 투자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현대차그룹이 미국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만도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분야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시선이 고개를 든다.
 
만도에게 현대차의 대규모 자율주행 투자는 위기인가 기회인가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겸 만도 대표이사.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의 의지가 드러난 만큼 만도가 일정 부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이 만도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만도가 자율주행부품사업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의 주요 근거는 만도의 제품이 고도화한 자율주행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적 접근보다는 하드웨어적 접근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아직 미흡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만도는 자동 긴급제동과 자동 차선유지 기술,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기술 등 하드웨어적 기술을 이미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완전 자율주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에는 아직 구체적 성과가 없다.

상황인식이나 주행루트 경험 축적을 통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려면 연구개발비용을 대거 투입해야 하지만 현재 만도가 이러한 연구개발 단계를 밟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중국에서 섀시와 현가, 제동 등 기존 주력사업이 업황 부진에 따른 직격탄을 맞으면서 만도는 이미 희망퇴직을 통해 일부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주행거리 축적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안전하게 구동하는 것이 완전 자율주행차의 필수적 요소로 꼽히는 만큼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협력을 만도에게 불리한 요소로도 볼 근거가 충분하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합작법인과 현대모비스로 이원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레벨4,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시대에 만도의 입지는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협력은 현대차그룹 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만도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라고 바라봤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합작회사 설립 계획을 밝힌 직후인 24일 만도 주가는 7%대 급락하기도 했다. 투자자들 역시 만도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축적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앞으로도 만도가 지속적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만도는 이미 최근 출시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차들에 하드웨어적 자율주행 부품들을 대거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력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등에 탑재되는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이 만도 제품일 정도로 현대모비스보다도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이 20억 달러를 투입해 자율주행의 소프트웨어 기술에 나선 것은 그만큼 향후 미래차에 자율주행 관련 시스템의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기본화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만도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협력과 별개로 레벨1~3 수준의 제품 납품에서 구조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시선도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합작 사업은 개발 범위를 레벨4~5로 한정했고 자율주행 플랫폼 가운데 소프트웨어만 개발한다”며 “센서와 제어기능 개발에 집중해온 현대모비스와 만도는 레벨2~2.5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합작기업과 경쟁할 영역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대형투자로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부품사들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도는 2017년 정몽원 회장이 만도 대표이사로 5년 만에 복귀하면서 전통적 부품사업에서 탈피해 첨단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11월부터 시범운영하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BU(비즈니스 유닛)을 올해 1월 정식 출범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자동차가 점차 첨단화, 전기장비(전장)화 하면서 갈수록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중요도가 높아지자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만도는 자율주행 부품 기술 고도화에도 힘쓰고 있다.

만도는 올해 4월 내놓은 지속경영가능보고서에 “미래차 시대에 요구되는 필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기술제휴 및 라이선스를 통해 외부에서 빌려오는 방안, 구매하는 방안 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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