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저장장치에서 8월에 이어 9월에 또 불이 났다.
올해 6월 민관합동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에서 8개월에 걸쳐 원인을 조사하고 안전대책을 내놓은 지 겨우 두 달 남짓 지났는데 또다시 불이 났다.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
더욱 심각한 것은 해외에 수출한 에너지저장장치는 멀쩡한 데 ‘안방’인 국내에서만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번 정부에서 꾸린 민관조사단이 애매한 결론을 내렸을 때부터 불씨의 재점화가 예견됐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당시 정부 조사위는 일부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에서 결함을 발견했으나 이런 결함이 화재의 원인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결함이 있는 배터리와 비슷한 배터리셀을 제작해 충, 방전 시험을 180회 이상 반복했으나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은 점을 들었다.
장시간 충전, 반복을 반복해 충전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내부단락으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설명만 내놓았다.
물론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에서 배터리나 전력변환장치 등이 전소되기 때문에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에서 배터리 화재에 대처한 방법을 들어 생산공정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180번에 그쳤던 실증횟수를 최소 300회 이상으로 늘렸더라면 원인규명에 좀더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사업이 2025년까지 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글로벌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할 정도로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시장도 지난 5년 동안 100배 가까이 성장해 세계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안방에서 25차례나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찾아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은 성과는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멀쩡한 에너지저장장치가 왜 국내에서만 불이 나는지 정부와 업계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저장장치 강국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