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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 전반으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화재와 삼성SDI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런 공세가 국민연금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국제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반대를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의 결정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약 1%씩 최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종가 기준으로 약 2천억 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두 회사의 지분을 매입한 데 대해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니라고 바라본다. 삼성SDI와 삼성화재가 삼성물산 지분 7.18%와 4.65%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편에서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번 지분매입 사실도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에 압박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향후 삼성SDI와 삼성화재에 대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화재와 삼성SDI가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총에서 합병이 성사될 경우 법적 소송에 대비해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법상 지분 1% 이상을 보유할 경우 이사진과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삼성화재와 삼성SDI는 이번 주총에서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화재와 삼성SDI가 찬성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아 주주이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3일 발표한 입장자료에서 삼성물산의 현재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등 경영진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로 확대되면서 삼성그룹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삼성물산은 세계 최고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가 합병반대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합병비율과 목적, 절차 등이 타당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의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합병 성사의 실질적 칼자루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오는 10일경 찬반의결권 행사를 자체적으로 결정할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길지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안이 워낙 민감한 만큼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내릴 결정에 대한 후폭풍을 고려해 여론의 동향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도 국민연금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가 시작된 뒤 애국적 정서에 호소하며 해외 ‘먹튀’ 자본의 국내기업 경영권 침해라는 여론을 조성해 온 것도 국민연금을 겨냥한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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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이에 따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화재와 삼성SDI 지분을 사들인 것이 국민연금의 판단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엘리엇매니저먼트의 공세가 삼성그룹 계열사 합병사안에 머물지 않고 국내기업이 해외자본의 또 다른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반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일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점도 주목된다.
박 의원은 그동안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승계문제에 대해 날선 공격을 펼쳐 이른바 ‘삼성 저격수’로 꼽혀 왔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해외 투기자본들이 한국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외국인투자의 적격성에 대한 실효성있는 심사를 하도록 일부 내용을 고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정치권에서도 해외 투기자본의 움직임에 반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