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19-09-24 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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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알뜰폰 논란을 잠재우는 데 힘쓰고 있다.
LG유플러스가 24일 내놓은 중소 알뜰폰사업자와의 상생방안은 CJ헬로 인수와 관련한 정부부처의 심사를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
▲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조건이 더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LG유플러스가 이를 의식해 중소 알뜰폰사업자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에 발송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심사보고서에는 CJ헬로 알뜰폰사업 분리가 포함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공정위의 최종 심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는 이 과정에서 인수와 관련한 조건들을 추가할 수 있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해 상품 교차판매 금지와 CJ헬로가 SK텔레콤과 KT로부터 빌려쓰고 있는 알뜰폰 통신망을 LG유플러스망으로 교체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결합상품 판매마저 금지된다면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통해 기대했던 효과를 모두 거두지 못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공정위가 CJ헬로 알뜰폰사업 분리를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중소 알뜰폰사업자와의 상생방안을 내놓은 것은 알뜰폰 분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를 향해 내놓은 나름의 성의표시로 보인다.
SK텔레콤과 KT는 알뜰폰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LG유플러스가 인수하면 가격 인하와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독행기업’의 역할이 약해져 알뜰폰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때 알뜰폰사업부를 분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독행기업은 시장 경쟁을 촉진해 독과점을 막아내고 소비자 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는 2016년 공정위가 SK텔레콤이 CJ헬로의 인수합병 승인을 불허하며 내세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이번에 발표한 중소 알뜰폰사업자와 상생방안이 CJ헬로 인수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에 내놓은 알뜰폰사업 상생 방안의 목적은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이지 CJ헬로 인수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매출이 늘어서 혹은 정부의 지시로 중소 알뜰폰사업자와 상생방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통신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알뜰폰을 제시하고 알뜰폰과 같이 성장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알뜰폰시장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선택권을 넓히면 대형 이동통신사들을 겨냥한 요금 인하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LG유플러스는 설명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알뜰폰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동통신시장에서도 경쟁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요금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해마다 선거공약처럼 통신요금을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알뜰폰 활성화를 통해 그런 압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24일 중소 알뜰폰사업자들과 상생을 위해 영업활동 지원, 인프라 지원, 공동 마케팅을 뼈대로 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내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두고 우려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알뜰폰사업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며 “중소 알뜰폰사업자와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