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8K TV 전략을 어떻게 펼칠지 시선이 모인다.
CES 주최기관이 삼성전자의 8K TV 기준과 다른 인증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주최의 초청을 받아 2020년 CES에서 국제전시회 기조연설을 한다. 주력제품인 TV 분야에서 주최측의 기준과 다른 제품을 대대적으로 들고 나서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를 수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8K TV는 화질선명도(CM)가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정의하면서 삼성전자가 2020년 CES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삼성전자 8K TV의 화질선명도가 12%로 낮기 때문에 8K TV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CTA 기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K TV 인증을 받지 못한다.
CTA는 CES를 주최하는 협회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 세계 2천 개 기업이 가입돼 있다. 비록 CTA의 기준이 구속력은 없으나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를 주최하는 곳인 만큼 무게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이전과 다소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17일 설명회 때 화질선명도는 8K TV 화질에서 중요한 요인이 아니며 삼성전자는 화질선명도를 측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는데 19일 CTA 기준이 알려진 뒤에는 화질선명도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면서도 향후 개선할 여지를 열어뒀다.
공교롭게도 2020년 CES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라이프 스타일과 고객경험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주최측인 CTA가 김 사장을 기조연설자로 선정해 초청했다.
김 사장이 CES는 물론 국제전시회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ES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경영진이 기조연설을 하는 것도 2016년 홍원표 삼성SDS 사장이 이후 4년 만이다.
김 사장이 나서면서 오랜만에 삼성전자가 화려한 개막을 장식하는 행사인데 정작 핵심제품인 TV를 놓고 주최측이 삼성전자와 다른 판단 기준을 제시한 부분은 개운치가 않다.
자칫 2020년 CES에서 벌어질 8K TV 격전에 삼성전자만 CTA 인증 없이 참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CTA 인증이 김 사장의 CES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 시절부터 꾸준히 CES에 참석해 왔다. 전통적으로 CES의 주인공 역할을 TV가 해왔기 때문에 김 사장이 소개하는 삼성전자의 TV 라인업은 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TV는 2019년 CES까지 CTA가 수여하는 '최고혁신상'을 8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2015년 CES에서 QLED TV의 전신으로 퀀텀닷 기술을 활용한 초고해상도(SUHD) TV를 선보였다. 2017년 CES에서는 QLED TV를 선보이며 “더이상 화질 경쟁은 무의미하다”며 “QLED가 TV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2017년 말 CE부문장으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이전처럼 TV에만 집중하지는 않게 됐다. 그러나 2019년 초 CES에서도 8K TV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등 여전히 CES를 통해 삼성전자 TV사업의 전략을 제시해왔다. 2020년 CES 때도 김 사장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TV기술을 소개하고 홍보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20년 이상 영상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힘써와 삼성전자의 TV기술에 자부심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과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시절 LG전자 TV 화질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등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는 8K TV 화질을 놓고 LG전자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설명회를 열며 대응에 나섰지만 삼성전자의 설명회 직후 CTA에서 LG전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전자가 사도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은 CES 전까지 8K TV 전략을 두고 신중한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8K 협회에서 합의된 표준을 도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의치 않으면 CTA가 제시한 기준을 맞출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화질선명도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TA 인증은 마케팅 목적으로 취득해 활용하는 것으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며 “삼성전자는 8K 협회에서 인증절차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