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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바이오사업,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해야 성장하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30 16: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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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하는 근거로 바이오사업의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핵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병을 통해 역량을 결집하면 바이오사업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는 사업은 분명하지만 굳이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성장을 추진할 수 있어 합병의 논리로 삼기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합병의 근거, 삼성 바이오사업의 성장 강조

제일모직은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CEO 기업설명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합병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밝히며 주주설득에 직접 나섰다.

  삼성 바이오사업,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해야 성장하나  
▲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이날 윤주화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나서 합병 법인의 비전과 주주친화정책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양철보 상무가 나와 바이오사업의 성장성을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현재 18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40만 리터로 끌어올리고 매출 1조8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이 아직 위탁생산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부터 자체개발한 바이오시밀러 판매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양 상무는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수요가 많다”며 “복제약이다보니 신약보다 투자기간이 짧고 투자비도 적어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8조~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양 상무는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을 검토중”이라며 “나스닥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확정되면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7월1일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장으로 초청해 시설을 공개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에 위치한 제1·2공장에서 연간 18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고 있다.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삼성그룹이 대대적으로 바이오사업 홍보에 나서는 것은 바이오사업 성장성에 대한 믿음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삼성그룹 바이오사업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을 품도록 해 합병에 찬성하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핵심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을 하는데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0.3%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5.65%, 5.75%씩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40%를 소유하게 돼 과반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합병을 통해 바이오사업이 투자기반을 갖춰 성장궤도에 접어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삼성그룹의 주장대로 바이오사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바이오부문 기업가치는 2020년 12조4천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바이오부문 기업가치 상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정당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해야 바이오사업 성장하나

하지만 두 회사가 합병해야 바이오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주장에 의문도 제기된다.

바이오사업의 성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보다 두 회사가 합병하지 않아도 바이오사업의 성장성은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 바이오사업,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해야 성장하나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을 합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과반 이상을 확보한다고 해서 바이오사업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합병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한 억지논리처럼 들린다.

삼성그룹은 당초 연간 6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손을 잡아 바이오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설명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장을 통해 바이오 연구개발비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삼성그룹의 논리대로라면 삼성물산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고(45.65%) 연간이익도 수십조 원대인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것이 바이오사업의 시너지를 내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지 않아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만 확보하면 과반수 지분을 소유하게 돼 바이오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합병하지 않아도 지분인수나 증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에 실패하면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을 반드시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실패해도 바이오사업에 대한 제일모직의 주도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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