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꼽히던 SK, GS, 한화 등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 마감시간인 3일 오후 2시까지 입찰에 참여한 곳은 애경그룹, 미래에셋대우가 구성한 컨소시엄, KCGI가 구성한 컨소시엄 등 3곳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와 KCGI는 컨소시엄에 어떤 전략적투자자(SI)들이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바라지 않는 상황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이번 공개입찰이 유찰된다면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매각 주도권이 완전히 산업은행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애초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을 대비해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다.
매각 주도권이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면 산업은행은 최대한 구주의 가격을 낮추고 신주 규모를 늘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주 가격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야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수세적 상황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매각 성공을 위해 인수협상 대상후보군(쇼트리스트) 선정, 기업 실사, 본입찰 등 앞으로 남아있는 절차를 이행해 올해 안으로 매각을 완료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은 7월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빠른 매각이 아시아나항공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올해 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대신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번 매각의 성공을 위해 분리매각 등 카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을 통매각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유찰만은 막아야하는 만큼 인수후보들이 원한다면 분리매각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인수 과정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는지 의문이 붙어있다.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인수대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9조 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애경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애경그룹이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없이 기업 실사 참여를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쪽에서 나온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실사에 참여한다면 항공업계의 오랜 강자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노하우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전략적투자자로 추정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애경그룹보다는 조금 사정이 낫다. 2019년 상반기 보고서 연결 재무제표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및 현금성자산은 1조1773억 원 수준이다. 재무적투자자(FI)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인수 자금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투자자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인수기업이 책임지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 궤도에 올려줄 것을 바라고 있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서는 HDC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의 컨소시엄이 눈에 차지 않을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사업을 운영해 본 경력이 없다는 것 역시 약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번에 매각을 성공시키려 할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주관사가 입찰에 참여한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참가기업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KCGI가 구성한 컨소시엄과 관련된 정보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각 과정에서 변수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