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자본확충을 더 미룰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 윤호영(왼쪽)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일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의 하락으로 유상증자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며 “올해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내년 기업공개(IPO) 이전에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올해 안에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쪽으로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하반기 유상증자는 카카오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7월에 이미 이사회를 열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의하는 등 내부적으로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에 오를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가 8월8일 카카오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뱅크에게 기술협력과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점도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위한 유상증자 계획을 이미 세워뒀다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문제는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 정리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이 기존 50%에서 ‘34%-1주’로 바뀜에 따라 자회사에 이를 분배해야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또는 5% 이내로 보유할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최대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지분 대부분을 넘길 계획을 세워뒀지만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되면서 지분을 다른 계열사로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의 지분 정리가 늦어지는 동안 카카오뱅크의 자본 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2019년 6월 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은 11.74%로 나타났다. 1분기보다 1.6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자본금 부족으로 신용대출을 중단한 케이뱅크(10.62%) 다음으로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이 낮은 것이다.
은행권이 같은 기간 평균 0.07%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도 매우 크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에 자본확충 없이 대출을 꾸준히 늘려 자본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BIS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은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할수록 낮아지고 자본금이 늘어날수록 높아진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대출이 11조3300억 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보다 대출이 24.5%나 늘었지만 유상증자 등 별도의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3.85%를 보였으나 6개월 만에 2.11%포인트 하락하게 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카카오뱅크의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은 올해 안에 금감원 권고기준인 10.5%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은행의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이 권고 기준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자본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승인을 받은 7월부터 6개월 안에 지분 정리를 마쳐야 하는 만큼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 정리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부터 계약된 사안인 만큼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변수에도 '플랜B'로 세워둔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