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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키덜트 취향 사업화, 일렉트로마트 성공할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6-29 11: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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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의 키덜트 취향 사업화, 일렉트로마트 성공할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키덜트 문화’를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의 감성을 소비하는 어른을 뜻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일산에 ‘이마트타운’을 열었다.

이마트타운은 대형마트 이마트와 창고형할인점 트레이더스를 한 곳에 모았을 뿐 아니라 이케아와 견줄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라이프’와 식음료 레스토랑 ‘피코크 키친’ 가전제품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라는 브랜드를 앞세웠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일렉트로마트’에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SNS에 이곳을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불렀다. 국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키덜트 문화에 주목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를 통해 롯데하이마트는 물론이고 삼성디지털플라자와 LG전자 베스트샵 등 가전전문매장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키덜트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덕후’라고 불리며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이제 정 부회장이 키덜트를 겨냥한 매장을 열 정도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주류 소비자로 등장하고 있다.

◆ 정용진 승부수, 이마트 일렉트로마트의 차별점

정 부회장은 18일 이마트 킨텍스점 개장 첫날 일렉트로마트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SNS에 일렉트로마트를 “전자제품과 히어로에 환호하던 과거 B급 감성으로 돌아가 가전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일렉트로마트는 디지털가전 전문매장뿐 아니라 체험존, 액션캠 매장, 피규어 전문존 등 키덜트를 위한 매장이 함께 구성됐다.

정 부회장은 특히 일렉트로마트를 통해 남성 키덜트를 집중 공략하는 차별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매장 입구서부터 벽면까지 매장 곳곳에 이마트타운의 영웅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이라는 캐릭터를 앞세우고 있다.

일렉트로맨은 매장입구부터 사람보다 훨씬 큰 초대형 피규어로 세워져 소비자들을 압도한다. 벽면에 일렉트로맨이 나오는 익살스러운 만화가 그려져 있다.

이마트 직원들도 일렉트로맨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움직인다. 일렉트로맨 뒤로 배트맨, 슈퍼맨, 드래곤볼, 원피스 캐릭터 등 좀처럼 볼 수 없는 고가의 피규어도 즐비하다.

일렉트로마트에 드론을 실제로 조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인기를 끈다. 드론은 최근 TV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가수 김동완이 한강에서 영상을 찍는 모습이 나오는 등 키덜트로부터 고급취미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렉트로마트에 게임 전용 키보드와 마우스 등 ‘커세어 게이밍’ 제품도 대거 입점해 있다. 게임 전용 마우스는 30만 원 상당의 고가제품이다. 요리전문가 백종원이 사용했다가 아내 소유진에게 발각되기도 한 물품이다.

  정용진의 키덜트 취향 사업화, 일렉트로마트 성공할까  
▲ 이마트 킨텍스점 '일렉트로마트' 매장 전경.

◆ 정용진의 취향 그대로 담겨있다는 평가


정 부회장은 일렉트로마트를 통해 기존의 대형마트 가전매장에 키덜트라는 색깔을 입혔다.

정 부회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전매장은 내게 호기심과 재미의 공간”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흥미를 줄 수 있고 우리 같은 어른도 감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전매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스스로 키덜트 제품에 대한 관심을 SNS을 통해 보여줬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마블 만화책 사진을 올리며 ‘슈퍼 히어로’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빨간 천을 목에 메고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계단에서 날아보려 했던 기억이 솔솔 난다”며 “슈퍼 히어로의 양대산맥은 마블과 DC인데 나는 마블쪽 히어로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헐크, 엑스맨, 아이언맨 등 마블의 히어로는 인간적이면서도 귀여운 면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며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슈퍼 히어로를 리테일과 접목시키는 것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일렉트로마트를 통해 시작한 실험들이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성공할지 주목을 받는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렉트로마트는 기존 가전전문매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 여성고객이 관심을 가질 법한 제품과 함께 세일행사를 전면에 배치한 것과 대비된다”며 “키덜트에 집중한 매장 콘셉트가 매출로 직결될 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키덜트 시장, 성장 가능성 커

정 부회장은 왜 키덜트시장에 주목할까?

우선 키덜트시장은 불황이 없다.

이는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캐릭터 제품을 들이고 피규어 행사를 내놓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지난해 대형마트는 3% 성장에 그쳤고 백화점은 마이너스 성장(-1.9%)을 보였다.

  정용진의 키덜트 취향 사업화, 일렉트로마트 성공할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SNS에 올린 '마블' 만화책.
그런데 유통매장에서 건담 플라스틱 모형, 레고 블록완구, 무선조종 모형자동차(RC카), 영화 어벤져스 피규어 등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오죽하면 어린이날에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마케팅 행사가 봇물처럼 쏟아질까.

키덜트는 소장하고 싶은 제품을 꼭 사야 직성이 풀린다. 키덜트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30~40대 남성고객은 충동구매를 할 수 있는 경제력도 갖추고 있다.

1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키덜트 제품 구입으로 집안에서 외로움을 달래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원하는 수요도 꾸준하다.

유통업체들의 키덜트 매장은 매출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의 ‘토이&하비 테마관’은 2012년 5월 선보인 뒤 3년 동안 연평균 매출이 30~80%씩 늘다가 최근 증가율이 100% 가까이 치솟았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의 키덜트샵 ‘큐리오시티 오브 레노마’는 월평균 1억5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애경그룹의 ‘AK&’ 수원점은 지난해 12월 개장한 지 2개월 만에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키덜트 브랜드인 하비클럽, 타미야를 입점시킨 덕분에 조립완구나 레고를 사기 위해 성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 쉽게 발견된다.

온라인몰도 예외는 아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1~4월 장난감용 드론(무선조종 비행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60%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영화 어벤져스가 인기를 끌면서 145만 원짜리 고가 피규어 상품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철없는 어른’ 대접을 받던 키덜트가 어느새 대중적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키덜트시장은 아직 5천억 원에서 7천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일본 키덜트시장이 6조 원, 미국 키덜트시장이 12조 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국내 키덜트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SNS에서 키덜트는 21460번 언급돼 그 전년보다 3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이 숫자가 16516번에 이르는 등 키덜트 제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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