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 회장은 11일 임기 2주년을 맞는다. 3년 임기의 7부능선을 넘은 셈이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11일 취임해 2년 동안 말 그대로 숨가쁘게 산업은행의 묵은 과제를 하나 둘 해치웠다.
올해 들어서는 특히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둘 모두 국내 산업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규모 거래다.
그러나 둘 모두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이 회장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이라는 난관에 부딪쳤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얄궂은 타이밍에 악화된 업황으로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두 회사의 매각이 완전히 마무리된다 해도 안심하기엔 이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우리나라 조선업 경쟁력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우리나라 항공업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이르면 9월 일본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국을 심사 대상국으로 확정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업계는 일본당국이 인수를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어느 정도 어깃장을 놓을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수 자체에 영향은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수 이후다. 인수 이후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놓고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지금이 조선산업 재편의 적기라고 봤지만 이번 인수가 논의 단계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반 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만큼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우리 조선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토론회를 후원한 채이배 의원은 “두 조선소의 결합이 정부의 헐값매각 의혹, 기자재를 비롯한 주변 산업의 고사, 원하청 노동자의 일자리 파괴, 대우조선해양의 산업잠재력 파괴 등의 역효과를 낳아 ‘한진해운의 도산’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의원도 이 자리에서 “사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낳을 결과가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토론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금 더 상황이 복잡하다. 이 회장이 처음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밀어붙인 당시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흥행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4월 처음 매각이 공식화됐을 때 SK그룹, 한화그룹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등 국내에서 활발하게 인수합병에 참여해온 ‘큰손’들이 대거 참가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현재의 분위기는 당시와 달리 냉랭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까지 거명되는 인수후보는 GS그룹과 애경그룹, 사모펀드(PEF) KCGI뿐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매각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 이르지만 유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떠오른다. 일부 인수후보가 한 차례 유찰되고 매각방식이 바뀔 것 등을 고려해 인수전략을 짜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매각을 밀어붙인 이 회장은 매우 난감한 처지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장기화할수록 아시아나항공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매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이 회장이 마음에 뒀던 새 주인의 모습과 다소 동떨어질 수도 있다. 더 좋은 주인을 찾아준다는 매각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물론 예비입찰이 흥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는 건 아니다. 본입찰에 깜짝 다크호스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고 현재 거명되는 인수후보가 충분히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장기화해 아시아나항공 내부의 혼란이 길어지거나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안 좋은 주인에게 넘어가 경영이 악화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동걸 회장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성과를 내면 연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9월 끝난다.
이 회장은 연임에도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산업은행의 역할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혁신기업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취임 초부터 강조해왔는데 한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3년의 임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성과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성과도 당장은 나타나지 않는 데다 대우건설 매각 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