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 원유 가격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처럼 기초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화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콩 정치상황 변화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표적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 pixabay >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정치상황 변화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표적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는 15일 9731.89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만10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1만1800포인트까지 오른 4월보다 15%가량 지수가 하락했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홍콩H지수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중국정부가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노동자·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홍콩H지수는 31% 하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은 32조2천억 원으로 상반기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 가운데 67.5%를 차지하고 있다.
4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은 7조5300억 원 수준으로 홍콩H지수가 높았던 시기에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판매됐다. 지수가 높을 때 판매한 금액도 큰 만큼 금융사들이 홍콩H지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한 주가연계증권이 2015년~2016년에 큰 손실을 낸 사례가 있다는 점도 홍콩H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로 꼽힌다.
2015년 5월 1만5천포인트 정도에서 2016년 2월에 7500포인트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액 37조 원 가운데 3조 원 이상이 원금손실 가능구간에 진입했다.
다만 금융업계는 아직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손실을 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8천포인트 밑으로 떨어져야 손실구간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가 원금 손실을 우려할 녹인(Knock-In) 구간과 크게 차이가 있지만 홍콩 사태가 악화하면 손실이 발생할 잠재적 위험은 있다”고 말했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도 손실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은 보통 기초자산 가격이 50% 안팎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한다.
21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5.68달러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60.30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지난해 10월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7%, 브렌트유는 30%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이 손실구간에 들어서기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면서도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