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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 통한 불법투자 피해 늘지만 대처 미온적

고우영 기자 kwyoung@businesspost.co.kr 2019-08-2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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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만 안 봤더라면 빚더미에 안 올랐죠. 파생투자 모르던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아프리카TV에서 내보낸 파생투자방송을 보고 투자에 나섰던 한 피해자가 파생투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심정을 올린 글이다. 

22일 파생투자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파생투자방송 진행자가 소개한 불법대여계좌를 사용해 투자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 통한 불법투자 피해 늘지만 대처 미온적
▲ 서수길 아프리카TV 각자 대표이사(왼쪽)와 정찬용 아프리카TV 각자대표이사(오른쪽).

파생투자란 주가지수(코스피200지수, 홍콩항셍지수, 나스닥100지수)와 금리, 통화(엔화, 파운드), 에너지(크루드오일), 농산물(옥수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대여계좌업체는 불법이며 이를 소개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파생투자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아프리카TV를 통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사연들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아프리카TV를 통해 파생투자를 알게 된 것을 후회하는 대학생 A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파생투자에 뛰어든 지 3개월 만에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과 등록금을 모두 날렸다. 원금을 다시 찾기 위해 소액대출을 받아 투자했지만 이 마저도 실패해 결국 신용불량 리스트에 올랐다. 

A씨는 “방송진행자가 말을 재밌게 하고 매일 수백만 원의 수익을 내 파생투자에 관심을 지니게 됐다”며 “방송진행자가 소개한 대여계좌에 가입한 뒤부터 방송진행자가 손실을 봐 그걸 보고 똑같이 거래한 나도 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방송진행자는 원래 수익을 잘 내던 사람인데 운이 안 좋았다고 했다. 그 말을 믿은 게 화근이었다. 더 이상 대출도 받을 수 없었던 A씨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 투자금을 마련한 뒤 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을 보며 거래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방송진행자의 말을 듣고 거래를 하면 할수록 A씨의 피해금액은 커져갔다. 어느 날 시청자 한 사람이 방송 채팅창에 ‘방송진행자가 대여계좌업체로부터 시청자들의 손실금을 받는다’고 썼다. 그 사람은 곧바로 방송에서 강제퇴장을 당했고 방송진행자는 며칠 뒤 방송을 그만뒀다. 

회사원 B씨는 더 큰 피해를 봤다. B씨는 파생투자 기간 3년에 약 5억 원의 손해를 봤다. 

B씨는 “수익을 내니까 갑자기 거래 프로그램 접속이 안 되고 고객센터도 전화를 안 받았다”며 “대여계좌업체를 소개한 방송진행자도 더 이상 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의 투자금을 편취하고 잠적한 대여계좌업체들은 이름을 바꾼 뒤 다른 방송진행자를 통해 회원을 모집했다.

B씨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대여계좌 업체들은 B씨의 투자금을 편취한 업체라는 증거가 있느냐며 투자금 반환을 거부했다. 대여계좌업체들은 대포통장(타인명의 통장)과 대포폰(타인명의 전화)을 사용하기 때문에 증거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다.

B씨는 ‘먹튀(대여계좌 업체가 투자금을 편취하는 것) 피해’를 여러 번 당한 뒤 투자손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했다. B씨는 “먹튀 피해를 당하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수익을 내는 거래를 할 수 없다”며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증권회사를 통해 거래를 했다면 손실이 이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투자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보면 투자피해자는 대학생과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하게 분포한다. 피해금액도 비교적 소액인 200만~300만 원부터 수억 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아프리카TV는 표면적으로만 이를 제재할 뿐이다. 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 진행자가 불법 대여계좌 업체와 제휴를 맺은 뒤 시청자에게 이를 소개하는 행위는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법 대여계좌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대여계좌 운영자가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여계좌 업체를 운영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대여계좌를 이용한 투자로 절대 돈을 벌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대여계좌 업체는 방송진행자에게 손실을 내는 투자리딩을 하도록 사주하거나 투자자가 거래를 진행하는 중간에 의도적으로 거래프로그램의 접속을 끊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 통한 불법투자 피해 늘지만 대처 미온적
▲ 대여계좌 업체가 회원을 모집할 때 쓰고 있는 설명 그림.

대여계좌는 대부분 실제 거래소에서 거래계약이 성립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계좌로 운영된다.

대여계좌를 이용한 투자자가 수익을 내면 대여계좌 운영자가 돈을 줘야하고 반대로 투자자의 손실은 운영자의 수익이 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수익을 내도 수익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다. 

또 파생투자방송 진행자는 시청자가 입은 손실금의 일부를 대여계좌 업체로부터 지급받기 때문에 방송진행자가 방송을 보며 투자를 하는 시청자에게 잘못된 투자정보를 주는 사례도 발생한다.

아프리카TV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다. 

아프리카TV는 파생투자방송과 관련된 피해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피해를 일으킨 방송진행자를 영구정지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의 선물’이라는 경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파생투자에 관한 지식과 건전한 투자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아프리카TV는 파생투자방송 진행자들이 불법대여계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시청자들의 피해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리카TV 파생투자방송 진행자들의 불법대여계좌 소개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아프리카TV의 대처가 미온적이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파생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TV가 방송진행자와 대여계좌업체 사이에 불법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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