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다음 금융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되면서 다음 수출입은행장을 향한 시선도 높아지고 있다.
수출입은행 처지에서는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행장 가운데 세 번째로 금융위원장을 배출했다는 점은 어찌 보면 ‘영광’일 수 있지만 수장 교체에 따른 공백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위직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이미지가 박히는 것 역시 달갑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9일 개각 관련 인사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6명이 새 금융위원장 후보로 오르내렸으나 현재
은성수 행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입은행 내부도 은 행장의 거취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만큼 술렁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은 행장마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로 수출입은행을 떠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2017년 4개월 동안 수출입은행장을 지내다가 금융위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은 행장이 취임하기까지는 2개월이 걸렸다.
수출입은행 내부에서 은 행장을 향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인다. 은 행장은 모나지 않은 성품으로 알려져 있고 임직원들에게 격의없이 대하는 등 권위의식도 없는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모시기 어렵지 않은 상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수출입은행장을 놓고 통과의례처럼 치러야 하는 노조와 갈등 역시 부담스럽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수장이 새로 올 때마다 낙하산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1976년 수출입은행이 설립된 뒤 3명을 제외하면 16명 모두 관료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기획재정부 출신은 11명에 이른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새로운 행장이 취임할 때마다 2~3일 정도 투쟁을 벌여왔다. 과거 신동규 전 행장, 양천식 전 행장, 진동수 전 행장 때는 취임식이 연기됐고 이덕훈 전 행장 때는 5일 동안 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했다.
은 행장 역시 임명장을 받고도 노조의 출근 저지투쟁으로 한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으로선 수출입은행장이 더 고위직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굳어지는 점 역시 달갑지 않다.
최종구 위원장과
은성수 행장에 앞서 진동수 전 행장도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됐고 후임으로 온 김동수 전 행장도 취임한 이듬해인 2010년 말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았다.
수출입은행은 권한대행체제도 자주 겪었다. 기획재정부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정권교체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전 정권 인사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부임을 기피하는 사람이 종종 있었고 정부 기조에 맞는 적합한 인사를 찾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관련 하마평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은성수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 지 꽤 됐음에도 아직까지 다음 행장으로 뚜렷하게 거명되는 인물이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