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이 중단된 뒤 문 대표가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요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문 대표는 간암 임상3상이 실패했다고 해서 펙사벡의 효능까지 부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도 펙사벡의 항암능력에 관해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며 “분당차병원에서 펙사벡 투여 뒤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를 투여한 결과 완전반응을 보인 증례가 있어 표적항암제보다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치료가 더욱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펙사벡의 항암 기전으로 보았을 때 표적항암제보다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시너지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펙사벡의 간암 임상3상은 표적항암제인 ‘넥사바’와 병용요법으로 진행됐지만 결국 실패했다. 펙사벡이 임상3상을 시작할 2015년에는 넥사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유일한 간암 치료제였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의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암을 파괴한다. 따라서 T세포의 암세포 인지력을 키우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같이 투여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최근 의료계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차세대 항암제다. 표적항암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내성과 부작용 문제가 적은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면역관문 억제제는 완치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펙사벡은 종양 미세환경 내에 면역세포의 침투를 유도하는 특징이 있어 면역관문 억제제의 이런 단점을 보완해줄 있는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펙사벡은 동물시험에서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투여했을 때 상호 보완적 결과가 도출됐다”며 “펙사벡은 직접적 공격으로 암세포 사멸, 면역치료, 암세포 혈관 폐쇄를 통한 종양 사멸이라는 세 가지 작용기전이 있어 향후 병용임상의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신라젠은 현재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를 병용해 신장암 대상의 글로벌 임상1b상을, 미국 국립암센터와는 대장암 임상1·2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20년 1분기에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임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는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임상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펙사벡은 2조 원 규모로 크게 평가받던 간암 치료제시장 진입에 결국 실패했고 남아있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임상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임상3상 실패로 펙사벡의 신약가치는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펙사벡의 간암 치료제로서 가치를 1조3464억 원, 신장암 병용치료제로는 4985억 원, 대장암 병용치료제로는 5652억 원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절반 이상의 가치가 이번 임상3상 실패로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임상3상이 실패하면서 펙사벡의 항암효과 자체에 관한 의구심도 생기고 있다.
펙사벡은 과거에도 표적항암제 ‘넥사바’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b상에서 생존기간 입증에 실패했다. 임상3상은 펙사벡을 먼저 투여한 뒤 넥사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지만 이것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와 키트루다도 간암 1차 단독치료제가 되는 데 실패했을 만큼 간암은 다른 암보다 훨씬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렵다”며 “펙사벡이 간암 치료제로 임상이 중단됐다고해서 항암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데이터를 받으면 펙사벡의 임상3상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구체적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