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의 기술수출 반환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하반기에 새로운 신약으로 성과를 내 연구개발(R&D) 능력을 다시 인정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기업가치가 연이은 기술수출 반환으로 떨어진 뒤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요즘 3조3443억 원 규모로 6월 말 약 4조8천억 원에서 30% 가까이 줄었다.
한미약품이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약 1조 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의 권리를 반환으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졌다.
한미약품은 1월에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의 권리를 반환받았기 때문에 연구개발 능력에 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권 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신약 개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에 다양한 임상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기대가 되는 신약 후보물질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다.
호중구 감소증이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백혈구의 5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항암 치료로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면서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병이다.
한미약품은 2012년 롤론티스를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는데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 재신청(BLA)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롤론티스가 품목허가까지 받아 미국에서 출시된다면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원료를 생산하게 된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품목허가 재신청 등이 이뤄지면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제약사 아테네스가 진행하고 있는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의 임상3상 결과 발표도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2011년 아테넥스에 오락솔의 기술을 이전했다. 아테넥스는 2015년 12월 전이성 유방암 환자 360명 대상으로 임상3상에 들어갔으며 임상시험은 11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락솔에는 주사제형 의약품을 경구용으로 바꿀 수 있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비만치료제 ‘HM15136’가 하반기에 임상1b상에 진입하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미약품은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의 분야에서 3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에서 신약 개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때문에 최근 몇 차례의 기술반환은 가지가 많은 나무의 숙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각각의 기술수출이나 기술반환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혁신신약을 상용화하고 매년 1~2개의 혁신신약을 발매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좀 더 장기적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술반환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빈번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지속적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내실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