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새 맥주제품 ‘테라’로 순항하고 있던 맥주사업에서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맥주시장 1위인 OB맥주가 성수기를 맞아 맥주 출고가격을 기습적으로 낮추면서 하이트진로가 맞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OB맥주가 맥주 성수기에 공격적 할인정책으로 국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OB맥주는 24일부터 8월31일까지 ‘카스’ 출고 가격을 4~16%, 발포주 ‘필굿’ 출고가격을 10~40% 할인해 공급한다.
이번에 OB맥주가 생맥주 공급가격을 낮춘 것은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OB맥주는 20L 용량의 생맥주 1통 기준으로 기존 3만3443.05원에서 2만8230.43원으로 출고가격을 낮췄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생맥주 1통 가격은 3만426.85원이다. OB맥주의 생맥주 제품이 테라보다 7%가량 저렴해졌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OB맥주의 가격 인하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이트진로는 3월 새 맥주 브랜드 ‘테라’를 출시하면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이미 기존보다 많은 판매관리비를 집행했다.
신한금융증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2분기 판매관리비용으로 1992억 원을 쓴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어난 것이다.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7월부터 테라의 새 광고도 시작하고 있는 점에서 3분기에도 판매관리비를 늘려야 한다.
더욱이 최근 하이트진로의 재무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신용등급 전망도 낮아져 하이트진로는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6월13일 하이트진로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하이트진로홀딩스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부정적' 전망은 앞으로 신용등급이 1단계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염재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영업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높다”며 “단기간 안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해 등급전망을 변경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으로 하이트진로는 가격을 낮추기가 만만찮다.
다만 OB맥주가 출고가격 인하를 놓고 주류도매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어 이를 계속 유지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OB맥주가 도소매 유통업체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특별 할인정책을 내놨다”며 “이런 할인정책은 주류 거래질서에 혼선을 주는 행위일 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