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을 비롯한 방송과 통신 정책구조의 일원화 여부를 놓고 부딪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단기간에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방송통신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방송통신위와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사안에서 엇박자를 내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정책구조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방송통신위는 지상파, 종합편성방송, 보도채널 등의 방송 규제와 통신 이용자에 관련된 정책을 맡는다.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의 진흥 정책과 통신·케이블방송 사업자의 규제를 담당한다.
이렇게 이원화된 정책구조 때문에 정부가 방송과 통신의 융합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나타내는 자리에서 “방송과 통신의 모든 규제업무는 방송통신위가 관장하는 쪽이 맞고 정부는 하나인데 방송통신 업무를 두 부처에서 관장하는 쪽은 어불성설”이라며 관련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현재 정책구조의 대표 문제 사례로는 방송통신위와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대체할 사후규제 내용을 놓고 부딪치면서 국회에서 관련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방송통신위는 시장집중사업자를 지정해 유료방송 이용약관과 요금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이 시장집중사업자를 지정해 알리는 주체는 방송통신위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대통령령으로 결정하는 특정 사업자에 한정해 결합상품을 승인하는 방안을 밀고 있다. 이 결합상품의 승인 주체는 과기정통부다.
유료방송의 다양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놓고도 방송통신위 아래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두는 방안과 과기정통부의 현행 평가제도를 보완하는 방안 사이에서 합의가 나오지 못했다.
이를 두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본적으로 규제 소관 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의 문제”라면서 “두 부처의 논의로는 합의가 어려워 중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도 인허가 등에서 이중부담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케이블 방송사업자의 재허가는 과기정통부의 본심사와 방송통신위의 사전동의를 거쳐 과기정통부에서 최종 결정한다.
이와 관련해 2018년 과기정통부가 본심사에서 케이블 방송사업자 충북방송의 재허가에 동의했는데 방통위가 후속절차인 사전동의에서 재허가를 거부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송과 통신의 정책구조 일원화는 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계속 제기된 의견”이라며 “온라인 동영상사업자(OTT)의 등장으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흐려진 상황을 고려하면 한 부처가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쪽이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기업에게도 낫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방송통신위는 방송과 통신의 정책결정 주체를 방송통신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2013년 과기정통부의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기 전까지 방송통신정책을 전담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방송과 통신정책을 방송통신위에 모두 넘기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도 방송통신위를 중심으로 방송과 통신 정책구조의 일원화 주장이 제기됐다가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 위원장의 공론화와 관련해 “정책구조 일원화를 정부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도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에서는 산업 진흥이 어렵다”고 맞받기도 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방송통신 정책을 한 부처에서 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방송통신위가 방송 관련 정책부터 전담하는 방식 등의 단계적 대안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