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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 술 요구 논란의 무마가 낳을 대형사고 경계해야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19-07-18 14: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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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을 약화하고 관대하게 처리하면 오히려 선한 사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것은 정치의 도가 되지 못한다.”

중국의 고전인 ‘한비자’ 논난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신상필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술 요구 논란의 무마가 낳을 대형사고 경계해야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이 운항승무원의 음주 요구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CBS 노컷뉴스는 대한항공의 운항승무원(조종사)이 객실승무원에게 술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은 즉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직원 전용게시판의 익명 게시글일 뿐이다"며 "현재 진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사실로 확인된다면 엄중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이 게시글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이상 현재 시점에서 제보 게시물이 객관적 사실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어떤 대한항공 직원이 회사를 음해하기 위해 지어낸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항공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공정하지 못한 조직관리가 안전사고의 징후를 무시하고 넘어가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8일 운항 전에 술을 요구한 기장은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그 사실을 고발한 A사무장을 팀장에서 해임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한항공 일반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을 두고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무장에게 상을 줘야 하는 사안인데 오히려 사무장을 팀장 보직에서 해임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게시글을 올린 직원 역시 지난번 사건에서 진행된 징계 불균형을 보고 이 사건을 공론화했다가 오히려 본인만 불이익을 입을 것을 우려해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이 지난 사건에서 A사무장에게 인사조치를 취하고 기장에게 구두경고로 끝낸 것이 또 다른 사건의 공론화를 막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게시글에 올린 내용이 만약 사실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A사무장을 팀장에서 해임한 것을 두고 “폭언 등 조직 관리자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인사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사무장이 이 사건을 고발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대한항공의 해명이 사실관계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좀 더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한다.

조직관리에서 징계의 기준이 들쭉날쭉하는 불균형 문제는 항공안전을 대하는 대한항공의 태도와 관련된 우려도 낳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번 사건에서 술을 요구한 기장을 징계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실제로 항공기 운항상 안전 저해요소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기장이 그냥 농담처럼 얘기했던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항공사고는 그 특성상 아주 사소한 이유로도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비행하는 기장의 입에서 이런 농담이 나왔다는 것은 실제로 음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구두 경고로 끝날 정도의 일은 아니다.

대한항공이 지난번 사건에서 기장에게 구두 경고조치만을 취한 것은 대한항공이 안전과 관련해 조금 더 진지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징계 불균형에 따른 공론화 기피현상까지 더해진다면 앞으로는 이런 징후를 포착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와 관련된 수많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대형 안전사고는 그 수많은 사소한 징조들을 무시하는 데서 시작된다.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쓴 ‘산업재해의 예방: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저자의 이름을 따 ‘하인리히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대한항공이 지금이라도 공정한 조직관리와 신상필벌을 통해 항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내부 신고문화를 정착하고 안전과 관련해 좀 더 엄정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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