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가격의 20%에 이르는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고 선박 수주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장난조선소나 양쯔강조선소 등 중형 조선소들은 이미 MR탱커의 글로벌 선박 건조가격(신조선가)인 3600만 달러보다 10%가량 낮은 가격으로 MR탱커 수주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이 중국 중형조선사들의 합병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조선사 관계자는 “중국 중형조선사들의 합병이 완료되기 전에 우리가 건조실적을 쌓으면 선박 품질을 통해 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중형조선사들이 합병을 통해 기술력을 키운다면 수주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은 중국과 수주경쟁에서 밀려난 뒤 최근에야 현재의 주력선종에 안착한 상황에서 또 다시 중국 조선소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는 등 MR탱커 수주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대한조선은 2018년 10월부터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에서 수에즈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으로 주력선종을 변경했기 때문에 또 다시 수주전략을 변경하기는 부담스럽다.
일각에서는 중국 조선사들의 합병에 따라 한국 중형조선사들도 통합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합병을 통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영업력을 집중해 일감 확보 가능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중형조선사들의 통합이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중형조선사 관계자는 “중형조선사들의 주력선종이 제각기 달라 통합한다고 해서 어떠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해남에 조선소를 둔 대한조선과 창원에 조선소를 보유한 STX조선해양의 경우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사실상 전무하며 이미 경영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