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기관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이 권고가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투자자들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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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스틴베스트는 9일 국내 자산운용사 8곳에 삼성물산 합병안이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합병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의견서를 발송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은 주가순자산비율이 역사적 최저수준인 시점에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며 “건설사 주가순자산비율이 보통 1배 전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합병비율 산정시점의 삼성물산 평균 주가순자산비율 0.68배는 상당한 저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제일모직 지배주주 입장에서 최적의 상황이지만 삼성물산 일반주주 입장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극대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이 근시일 내에 합병을 해야만 하는 시급한 경영환경이나 명백한 경영 시너지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시점의 합병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함께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의결권 자문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맡고 있어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에 서한을 발송하지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안에 대한 공식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서스틴베스트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국민연금으로부터 합병안에 대한 분석의뢰를 받았다”며 “합병비율의 적합성 등을 따져 7월 초까지 의견서를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현재 주가수준이 주식매수청구권 이상으로 형성됐고 국민연금의 사회적 위상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반대나 기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분공시가 있기 하루 전인 3일 장내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거래해 지분을 기존 9.92%에서 10.14%(보통주 기준)로 소폭 늘렸다.
서스틴베스트는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해서 앞으로 임시주총 반대를 위한 의결권(23%)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의 한도액을 초과할 수 있는 의결권(16.78%)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주총에서 합병안을 승인했으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합병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합병이 무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