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넷마블 주가 하락에 자사주 매입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기업가치 자체가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와 주가를 끌어올릴 흥행 게임 출시가 더욱 절실해졌다.
넷마블은 10일부터 10월9일까지 2천억 원을 들여 자사주 213만 주를 장내에서 매입한다. 이날 5만 주를 사는 것으로 시작을 끊었다.
최근 주가가 역대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지자 주가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넷마블은 2018년 자사주를 약 2천억 원 규모로 매입하며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했다”며 “향후 지배주주 순이익 30% 범위 안에서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넷마블 주주들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넷마블 주주들이 모인 인터넷토론방에는 “자사주를 매입하라” 등 주가 부양을 주문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 주주는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주식을 소각하면 공급이 줄어 대체로 주가가 오른다.
다만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수급보다는 넷마블을 둔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 주가는 9일 자사주 매입 공시로 5.24% 반등했지만 10일 매입을 실제로 시작했는데도 4.47% 떨어지며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 등 신작이 흥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가치평가가 높다는 부담은 여전하다”며 “넷마블의 12개월 선행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39.8배로 다른 기업과 비교해 높다”고 분석했다.
주가수익비율은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특정 회사 주식의 가치가 적정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도구다. 같은 업계 회사들과 비교해 수치가 높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넷마블의 주가수익비율은 최근 주가가 급락한 뒤에도 40배가 넘어 한국 게임회사 평균 수준인 20배를 크게 웃돈다.
다른 게임회사들의 주가수익비율을 살펴보면 엔씨소프트 25배, 펄어비스 17배, NHN 15배, 컴투스 9배 등으로 나타난다. 일본 도쿄증권시장에 상장한 넥슨은 14배다.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고 장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권 대표에게 하반기 출시 게임들의 흥행이 더욱 절실해졌다.
정 연구원은 “하반기 ‘요괴워치: 메달워즈’와 ‘세븐나이츠2’, ‘스톤에이지M’ 등 신규 게임 출시가 예정돼 있으나 큰 흥행을 기대할 만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넷마블은 현재 ‘쿵야 캐치마인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쿵야 캐치마인드는 2002년 출시된 뒤 600만 명이 이용한 PC게임 ‘캐치마인드’를 모바일환경에 이식한 게임인데 주주들은 이 게임이 과거 ‘애니팡’처럼 전국민 사이에 흥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대표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자체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외부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데 따른 수수료가 들지 않아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출시한 ‘킹오브파이터 올스타’와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 BTS월드는 모두 외부 지식재산권을 사용한 반면 하반기에 출시될 ‘극열 마구마구’와 세븐나이츠2 등은 자체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개발 중이다.
권 대표는 5월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것을 놓고 “하반기까지 게임을 출시해 매출이 충분히 오르면 영업이익률이 20%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