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 암젠과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을 집중 공략하려는 암젠에 맞서 램시마SC의 마케팅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수도 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암젠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허가를 철회하면서 미국에서 셀트리온과 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암젠은 5월 말 유럽의약품청에 제출했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ABP710’의 판매허가 신청을 최근 제품 전략이 변화됐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암젠은 대신 지난해 12월 ABP710의 판매허가 신청을 했던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암젠의 허가 철회가 셀트리온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럽을 포기하고 미국에 집중하려는 계획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셀트리온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IV는 유럽 인플릭시맙 성분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를 제치며 5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암젠은 유럽보다 셀트리온의 시장 지배력이 덜한 미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바이오시밀러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 전략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영향력이 강해 셀트리온 램시마IV의 점유율은 2018년 4분기 기준으로 5.8%에 불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 신약 대신에 바이오시밀러를 권장하려 하고 있어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높은 편이다.
로버트 브래드웨이 암젠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올해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내년 이맘때쯤 바이오시밀러가 암젠의 매출과 수익 성장의 원천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암젠에 대응해 미국 시장에서 램시마SC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임상3상을 2020년까지 마치고 2022년 미국에 출시하려 한다.
램시마SC는 환자가 스스로 투약할 수 있는 피하주사 형태라 편의성이 높으며 램시마IV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환자가 정맥주사 형태의 램시마IV를 병원에서 투약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한 뒤 피하주사 형태의 램시마SC는 집에서 직접 투약해 약효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SC가 램시마IV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리베이트를 제공해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암젠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의약품 리베이트를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사보험 위주의 의약품시장이어서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리베이트는 보통 보험사의 처방약 리스트에 제약사의 약품을 우선순위로 등재해주는 대가로 지급된다. 상위에 등재될수록 처방 유인이 높아져 제약사의 매출로 이어진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램시마SC는 램시마IV보다 높은 가격이 예상되기에 리베이트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시장구조의 특성을 고려해 리베이트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