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봄을 즐기는 시민들 |
경제수준을 배제하고 삶의 질을 평가했을 때 한국은 인권, 관용과 포용력을 포함한 사회적 기회 부문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의료나 안전 등 기본적 욕구 충족 부문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Skoll World Forum)은 사회진보지수(SPI:Social Progress Index)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사회진보지수는 기본적 인간의 욕구 충족(basic human needs), 웰빙의 기초조건(foundations of well-being), 그리고 사회적 기회(opportunity)라는 3가지 범주로 나눠 측정하는데 각 범주 안에 4개 항목씩 총 12개 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한국은 전체 평균 77.18점을 받아 전체 132개 국가 중에서 종합순위 28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수를 받은 국가로는 폴란드,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등이 있다.
한국은 특히 ‘사회적 기회’ 범주에 속해있는 4가지 항목에서 전체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적 권리,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측정한 인권 항목의 점수가 66.82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관용과 포용력 항목 역시 57.28 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항목은 여성존중, 이민자나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 소수에 대한 차별과 폭력, 타종교에 대한 관용, 사회안전망 등을 측정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을 제외하고 여성, 이민자, 성적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사회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2개 항목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은 ‘웰빙의 기초조건’ 범주에 속한 생태계 지속성 항목이었다. 온실가스 방출, 생물다양성 보장 등을 측정한 결과 이 부문의 점수는 45.53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생물 다양성 보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영양 및 의료보장 항목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본적 인간의 욕구 충족’ 범주에 속해 있는 영양 및 의료보장(Nutrition and Basic Medical Care) 항목은 98.11점을 받아 전체 12개 항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부문은 영양결핍정도, 식량부족정도, 사산율, 어린이 사망률 등을 측정해 산출했다. 이밖에 개인안전(personal safety)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수도나 전기 공급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살인사건 비율이나 교통사고 사망률도 높게 나타났다.
|
|
|
▲ 스콜세계포럼에서 발표한 사회진보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기본적 인간의 욕구 충족’ 범주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인권 등 '사회적 기회' 범주에서는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
미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지수에 대해 소개하면서 계산과정에서 경제적 지표를 배제해도 삶의 질은 경제수준과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표를 개발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제와 사회의 진보 수준은 함께 발전한다”고 말한 뒤 “그러나 예외도 있어 GDP가 비슷한 이란과 코스타리카의 삶의 질은 현저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표가 각 국가가 개선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시사점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포터가 언급한 이란은 사회진보지수 94위, 코스타리카는 25위를 기록했다.
사회진보지수를 측정해 발표한 세계스콜포럼은 이베이의 창립자인 제프 스콜이 1999년 창립한 사회적 기업인 포럼이다. 해마다 각국에서 수백 명의 사회적 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경영 기법을 활용한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책을 논의한다.
사회진보지수는 경제적 지표만으로는 삶의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올해부터 발표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54개 지표를 기준으로 132개 국가들의 삶의 질을 진단한다. 각 국가의 경제수준이 평가 과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소비 수준 등 투입 가치(input)가 아니라 문맹률 등 산출물(output)에 기반해 지표를 산정한다.
이번 사회진보지수 발표에서 1위는 스웨덴이 차지했다. 스웨덴의 2013년도 GDP 순위는 세계 7위이다. GDP 순위에서 만년 1등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사회진보지수가 6위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