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시청과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침례병원을 건강보험공단이 인수해 보험자병원으로 직영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험자병원은 의료 원가 산출, 의료정책 도입 등에 필요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현재 부산침례병원을 부산의료원 분원 또는 공단 직영병원으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다만 부산시의 재정을 고려하면 공단이 인수해 운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부산침례병원을 직영하게 되면 공공병원으로서 취약계층에 보건의료 제공, 적정 의료서비스 시행,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공서비스 등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산침례병원은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에서 운영되던 종합병원이다. 2017년 7월 경영난으로 파산해 부산지법이 경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3차례 경매에서 계속 유찰됐다.
오거돈 시장은 부산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을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어 건강보험공단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유일한 보험자병원으로 운영해온 일산병원에 뒤이어 새로운 보험자병원을 물색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시행한 ‘원가조사 체계 구축을 위한 보험자 직영병원 확충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일산병원에서 수집된 데이터만으로는 대표성과 신뢰성 확보, 건강보험 수가산정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 시장과 건강보험공단은 예산 문제에서도 ‘윈윈’이 가능하다.
오 시장이 지금까지 부산침례병원을 직접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하지 못한 데는 예산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부산시는 병원 인수와 운영에 140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도 병원을 새로 짓기보다 부산침례병원을 인수해 운영하는 편이 비용 부담이 적다. 병상 500개 규모의 보험자병원을 새로 건립하려면 2500억 원가량이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금정구)도 부산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전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8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지역 보험자병원 확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부산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수가 산정체계 정확성 향상, 동부산권 응급의료체계 확충, 국민 건강권 향상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등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김 의원 및 건강보험공단 관계자 등과 협의해 부산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침례병원 경매가 민간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오 시장은 하루라도 빨리 구체적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간 사업자가 부산침례병원을 인수해 되팔거나 새로운 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공공병원 전환 공약에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부산침례병원의 다음 경매일은 7월18일로 예정됐다. 최저 입찰가는 440억 원대로 감정가인 859억 원보다 훨씬 낮다.
오 시장은 8일 부산시청에서 김세연 의원을 만나 “침례병원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한다”며 “시에서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부산침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만들어 부족한 공공의료체계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의회가 1월21일 발표한 ‘공공병원 의료서비스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공공병원에서 당일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50분에서 1시간30분가량 기다려야 한다. 입원치료를 받으려면 12~27일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 강서구, 사하구, 금정구 권역에는 공공병원이 1곳도 없어 시민들의 공공병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