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잇는 또 다른 이동통신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미래창조과학부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제4이동통신사 설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통시장에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무려 6번이나 제4이통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대기업들의 무관심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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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정부는 이번에 반드시 제4이통사 설립을 이끌어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당근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 달리 대기업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통시장의 상황과 해외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신규 사업자의 등장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통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업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대부분 중소상공인 연합조직이기 때문에 대기업을 끌어들이려는 정부가 이들을 과연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 대기업 참여 끌어내려는 미래부의 달콤한 제안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시한 제4이동통신사 설립을 놓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래부가 제4이통사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자가 하나 추가되면 이통회사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져 자연스럽게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양희 미래창조부장관은 5월28일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쪽으로 가계통신비 절감방안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통신시장 정책의 방향도 경쟁촉진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동통신 경쟁에 뛰어드는 신규 사업자에게 시장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제4이통사업자는 2.5기가헤르츠(㎓)와 2.6㎓ 주파수 대역 가운데 하나를 우선적으로 할당받을 수 있다. 또 기존 이통3사보다 주파수 경매 입찰가를 싸게 적용받는다.
미래부는 제4이통업체가 기존 이통3사의 데이터와 음성통신망을 대여할 때도 할인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가 제4이통사 설립을 위해 주파수 할당과 망 대여료 할인 등 구체적 지원책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모두 6번이나 무산된 제4이통사 설립을 올해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특히 케이블TV등 유료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동통신 상품과 유료방송, 초고속 인터넷 등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 판매가 유행”이라며 “케이블TV업체 가운데 결합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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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진석 CJ헬로비전 사장, 김재필 티브로드홀딩스 대표, 유정석 현대HCN 대표 |
◆ 대기업 “관심없다.”
미래부의 기대와 달리 대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CJ헬로비전과 태광그룹, 현대HCN 등 케이블TV 점유율 상위권 채널을 보유한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제4이통사 설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기업들은 올해 초 회사들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때 제4이통사 설립에 관심을 보였지만 수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망 구축사업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참여도 낭설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최근 ‘스마트카‘ 바람이 뜨겁게 불면서 이동통신과 연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통사를 운영하는 것은 고려해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SK텔레콤, 기아차는 KT와 각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동통신사업에 직접 뛰어들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통3사도 제4이통사의 등장을 반길 리가 없다. 이들 기업들은 입을 모아 “제4이통사 설립은 국내 이통시장이 처한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동통신 가입률이 지난해 이미 110%를 돌파했고 LG유플러스가 흑자로 돌아선지 겨우 1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통신시장 경쟁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또 국내보다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제4이통사 설립을 추진했던 일본과 프랑스가 모두 사업에 실패해 다시 이통3사 체제로 돌아간 예를 들며 제4이통사 설립이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도 제4이통사 설립을 추진했다가 8년 만에 3개 기업 체제로 다시 돌아갔다”며 “인구 8천만 명의 프랑스도 이통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결국 3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야당도 제4이통사 설립을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정책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이통4사 체제가 갖춰지면 가계통신비 인하효과가 기대된다고 예상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라며 “망 구축 등 투자비용과 사업 추진비용을 감안하면 제4이통사가 저가요금으로 경쟁에 불을 지피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 실장은 “제4이통사가 들어올 경우 기존 사업자의 비용부담도 커져 결국은 산업 전반의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며 “저가요금제 위주의 알뜰폰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하겠다는 곳이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4이통사가 되려고 나서는 사업자도 존재해 과연 이들이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제4이통사 설립에 관심을 보인 사업자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와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우리텔레콤‘, ’퀀텀모바일‘ 등 모두 4~5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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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종렬 한국모바일인터넷(KMI) 대표 |
한국모바일인터넷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은 각각 제4이통사 설립에 6번과 2번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텔레콤은 지난 6월1일 사업설명회를 열어 초기 자본금 최대 1조2천억 원으로 이통회사를 세워 월 2만 원대의 음성,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제4이통사 사업권을 따낼 것으로 보는 관측은 우세하지 않다. 이들 모두 중소상공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컨소시엄 형태이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통시장 인프라 구축과 망 유지, 정상적 사업운영 등을 위해 국내 40대 기업 안에 드는 재정능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와야 된다고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4이통사 설립을 위해 추가로 사업자를 모으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소기업들의 연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자를 늘려 재정능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컨소시엄 규모가 커져 재정능력을 확보했다고 해도 이들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많아질수록 사업의 위험요소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컨소시엄 형태보다 단일 사업자가 제4이통사를 경영하는 쪽을 선호하는 만큼 이들이 제4이통사 설립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