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모바일금융 토스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손잡을까?
하나금융그룹이 참여한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해체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토스와 하나금융그룹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두 회사가 협력해 제3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오른쪽). |
8일 인터넷전문은행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 등이 주요주주인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사실상 해체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3분기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재신청을 앞두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한 주주회사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5월 키움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탈락을 발표한 뒤로 주주회사들이 대책 마련 등을 놓고 구체적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7월 말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재신청을 위한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뱅크가 재도전한다면 금융위 지적사항인 혁신성 보완 등을 위해 20일가량의 시간을 남겨둔 셈인데 이 기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반면 토스와 하나금융그룹의 최근 협력 관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3일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결제시스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로 했다.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핀테크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며 따로 언급할 만큼 큰 기대감을 보인 사업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최대 간편결제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토스에 올해 초부터 사업 참여를 요청했고 최근 토스가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재신청을 앞둔 시점에 글로벌 결제시스템 사업과 관련해 하나금융그룹과 토스의 협력이 결정되면서 두 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미리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토스가 손을 잡는다면 ‘토스뱅크’에 하나금융그룹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60.8%)가 대부분의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한화투자증권(9.9%)이나 글로벌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9%), 굿워터캐피탈(9%) 등의 지분율을 조정하는 절차 없이도 하나금융지주를 주주로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자본금 2500억 원 규모의 키움뱅크에 10% 지분으로 참여할 계획을 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자본금 1천억 원 규모의 토스뱅크에서는 20%안팎의 지분율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비바리퍼블리카가 40%가량의 지분으로 토스뱅크를 주도하면서도 하나금융그룹이 2대주주로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이 가세한다면 토스뱅크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금융위는 재무적투자자인 글로벌 벤처캐피탈에 치우친 주주구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전략적투자자를 새 주주로 구해올 것을 토스뱅크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런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주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토스뱅크의 설립방향을 놓고 두 회사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토스는 소규모 특화은행 ‘챌린저뱅크’를 토스뱅크의 설립방향으로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그룹은 앞서 토스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떠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과 토스가 손을 잡는다면 토스뱅크는 확실히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챌린저뱅크를 토스가 고집한다면 하나금융그룹과 협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나금융그룹과 토스 관계자는 모두 협력을 두고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