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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블라터 FIFA 회장 사임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행보가 더욱 바빠졌다.
전문가들은 정 명예회장이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설령 정 명예회장이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다시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시합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 자리에 정 명예회장뿐 아니라 각 대륙별 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들과 유명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프로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것으로 인지도와 시청률이 미식축구 결승전에 버금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독대했다는 소식을 트위터로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플라티니 회장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시간을 내 줬다”며 “국제 축구계 전반에 걸쳐 뜻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사임발표가 있은 뒤부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블라터의 사임이 발표되자마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블라터와 그의 추종세력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 명예회장은 또 FIFA가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며 자신이 블라터와 노선을 달리했던 개혁파의 선봉장이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정 명예회장은 기자회견 이틀 뒤인 5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FIFA의 개혁과 국제 축구계의 갈등봉합을 역설했다. 그는 또 블라터가 미국과 스위스에서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가 당장 FIFA를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명예회장은 FIFA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며 블라터와 반대세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하려고 한다.
이런 정 명예회장의 움직임으로 볼 때 12월에 열릴 예정인 차기 FIFA회장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BBC 등 해외언론들도 정 명예회장을 블라터를 이을 차기 FIFA 회장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블라터가 사임을 발표한 뒤 나보고 FIFA회장에 도전할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축구계 각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정 명예회장이 2011년 FIFA 명예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5년 가까이 국제 축구계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출마의 걸림돌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까지 매년 FIFA 총회에 초청받았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국제 축구계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 등 과거 정 명예회장이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절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 때문에 정 명예회장이 영향력과 인지도를 충분히 끌어 올릴 때까지 출마결심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 차기 FIFA회장 선거의 초점이 FIFA의 개혁과 블라터 세력의 제거에 맞춰질 경우 정 명예회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FIFA 회장으로 손꼽히는 미셸 플라티니의 경우 그가 블라터의 지지에 힘입어 UEFA 회장에 올랐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와 2차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던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는 40세로 어린 데다 요르단이 월드컵에 단 한번도 나가지 못 할 만큼 축구계 변방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명예회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배한 뒤 실추됐던 정치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FIFA 회장에 출마하지 않거나 출마해 회장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국제적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