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19-07-03 16:28:54
확대축소
공유하기
황재웅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여기어때’의 시련을 헤쳐나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여기어때에 최근 투자 2천억 원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오너 리스크' 때문에 무산됐다. 여기에 선두업체인 '야놀자'와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데 마땅한 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다.
▲ 황재웅 위드이노베이션 대표이사.
3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숙박앱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숙박권 할인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어때는 최근 ‘원데이 핫딜' 이벤트를 통해 ’롯데호텔 제주‘의 숙박권을 4분의 1 가격(74% 할인)에 내놨다.
야놀자는 '비교불가 무한쿠폰팩'을 통해 야놀자 고객들에게 9월까지 매월 30만 원씩 최대 90만 원의 쿠폰팩을 지급하기로 했다.
숙박업 중개서비스는 할인 프로모션 등 광고가 축소되면 이용자 증가도 같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광고비와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여기어때는 광고비용 증가에 따른 영업손실을 메꾸기 위해 투자유치가 절실했는데 최근 2천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가 무산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위드이노베이션은 영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털과 2천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위드이노베이션은 2015년과 2016년에 투자 330억 원을 받았는데 투자금 대부분을 광고비 등을 포함한 영업비용에 사용했다. 투자받은 돈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 2천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가 절실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숙박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의 투자유치 실패는 위드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인 심명섭 전 대표의 ‘오너 리스크’ 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 전 대표는 위드이노베이션 지분 45.06%를 들고 있는데 음란물 유통 혐의를 받아 지난해 말 대표에서 물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심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두 곳의 웹하드를 통해 음란물을 유통한 혐의로 불구속입건됐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투자유치 결렬은 심 전 대표와는 상관없이 세부내용을 조율하는 데서 의견차이가 있었다”며 오너리스크 관련설에 선을 그었다.
심 전 대표는 현재 경쟁회사인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할인금액 등 데이터를 추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검찰에 따르면 심 전 대표 등은 2016년 1월부터 10월 초순까지 야놀자에서 제휴점수 등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야놀자의 모바일앱용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서버에 모두 1594만 회 이상 침입해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의 업체명등을 264여회에 걸쳐 무단복제했다.
야놀자는 이에 여기어때를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숙박 예약서비스는 야놀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위드이노베이션이 뒤를 쫓고 있다. 2017년까지는 두 회사의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현재는 차이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최근 투자를 논의하면서 기업가치가 6천억 원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놀자는 최근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부킹홀딩스로부터 1억8천만 달러(한국돈 2128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으로 측정됐다.
2018년 12월 대표 취임 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은 황 대표는 여기어때 고객의 구매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 개인에게 맞는 숙박상품과 액티비티 상품을 내놓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