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도시공사가 고분양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보증도시공사의 분양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을 검토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 단지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 삼성동 상아2차 래미안 라클래시. <삼성물산> |
27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후분양이 늘어나더라도 건설사 매출규모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성을 따져 후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업주체인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으로 시공사인 건설사는 미리 정한 공사대금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는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사업에서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들은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제때 받는 게 힘들어지고 상황에 따라 공사 진행을 위해 자체 자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건설사가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조합 사이에 갈등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이자비용 증가에도 후분양을 선택하는 이유는 향후 분양가를 높여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준공시점의 아파트 시세를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조합원들이 내야 할 재건축·재개발사업 분담금이 늘어나 재건축·재개발조합과 건설사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분담금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데 몹시 예민하다”며 “(분담금이) 10만 원이라도 많아진다면 반발이 엄청날 텐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후분양을 논의하는 단지가 늘어날수록 예정됐던 사업이 미뤄지면서 건설사 실적에 단기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자금력과 재무적 위험을 다룰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후분양시장에서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후분양제를 선택하는 조합이 늘어날수록 건설사들은 사업 리스크 관리능력을 요구받을 것”이라며 “자금력과 재무위험 관리능력 등 경쟁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재건축·재개발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후분양이 늘어나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건설사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에 지금보다 진입하기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후분양 방식이 분양사업에서 건설사들의 역할을 확대해 협상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건설사 연대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합과 관계에서 건설사들의 협상력이 높아져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주택보증도시공사(HUG)는 24일부터 신규 아파트에 적용하는 고분양가 기준을 최대 10%포인트 낮추며 이전보다 분양보증에 필요한 규제를 강화했다.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분양가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잠원동 반포우성 등 사업성이 좋은 서울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을 논의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후분양은 전체 공사가 80% 이상 진행된 이후 분양하는 것으로 주택도시공사의 분양보증이 필요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