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도지사(앞줄 가운데)가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노선입찰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및 토론회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트위터>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노선입찰제를 통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추진한다.
24일 경기도와 버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는 노선입찰제 방식을 통해 버스 운영을 부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2004년 서울시에서 버스노선 개편을 하면서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지자체가 버스사업 전체를 맡는 공영제와 민간이 버스사업을 책임지는 민영제의 절충점을 찾아 마련됐다.
현재 서울 등 6개 특별·광역시와 제주도가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등은 민관이 수입금을 공동 관리하면서 업체별 운행실적에 따라 적정이윤을 포함한 운행비용을 정산해 업체에 지급하는 ‘수입금 공동관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지사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경기도형 버스 노선입찰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본적으로 버스는 교통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버스업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문제는 대도시와 광역도의 상황이 다르다”며 “광역도는 농촌지역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는 길고 손님은 적어 재정 지원으로 해결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버스회사가 적자를 내면 재정 지원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현재의 수입금 공동관리 형태의 준공영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버스업체 사이에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지자체가 모든 적자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운송업체의 비용 감축 또는 수입 증대를 유도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2004년 서울에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한 뒤 재정 지원규모가 10년 만에 2배가 넘게 늘어났다. 광주와 대전 등은 10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예산 지원만 하는 준공영제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지사는 “한국의 운수면허제도는 한번 면허가 나면 본인이 포기하지 않은 한 자손만대, 영원 무궁토록 유효한 상황”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영원히 공공부문이 적자를 모두 보존해주는 황금알을 낳는 영생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서울시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수입금 공동관리 형태의 준공영제 대신 노선입찰제를 토대로 하는 준공영제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선입찰제는 버스면허를 공공에서 소유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버스회사에 일정기간 노선 운영권을 주는 방식이다.
영구면허 형태로 운영한 기존과 달리 한정면허가 적용돼 계약기간이 끝나면 노선을 반납하거나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이 지사는 경쟁입찰과 면허갱신을 통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버스 서비스 향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노선권을 따내려면 시민들이 원하고 경기도가 제시하는 기준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9월까지 노선입찰제 버스준공영제 시범사업을 위한 제도적 행정적 기반을 마련한 뒤 올해 안에 시범사업으로 16개 노선 120대 광역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간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노선입찰제는 버스 서비스의 향상을 시스템화하는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시민들이 찾는 대중교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버스업계에서는 노선입찰제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수원시 성우운수 관계자는 “노선입찰제가 시행되면 수송시설을 보유해야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새로운 사업참가자가 차량이나 차고지 마련에 많은 비용을 들여 노선 입찰에 참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입찰참가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운수면허권과 관련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대법원에서 노선권을 사유재산으로 보는 판례를 내놨기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노선입찰제 전면 시행이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